창공의 오선지
Posted 2020. 12. 1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팔당대교 아래 강변 둘레길로 접어드는 산곡천 창공에 길다란 전선이 여러 줄 걸려 있었다. 평소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이런 전선은 동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여기는 주위에 건물이 없어 팽팽하고 길게 걸린데다가, 창공의 구름이 시원한 배경을 이루어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 친구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위아래 간격이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함께 움직였다.
이런 풍경에선 당연히 오선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정확하게 오선의 간격과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만나고 싶었지만, 미세하게 간격과 틈이 벌어지다 좁혀지다가 대충 음표를 그려넣을 수 있는 지점에 이르렀다. 오선지는 마련됐고, 이제 음표는 뭘로 그릴까 하다가 저 옆으로 전선을 지탱하고 있는 전봇대가 보였다. 그렇지! 전선에 앉아 있는 새들로 그리면 되겠거니 싶었다. 머릿속으로 음악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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