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산길 산책로
Posted 2021. 8.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동네산은 어느 산이든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능선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 길건 짧건 평평하고 완만한 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경사진 길이 나온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숨을 거세게 몰아쉬면서 언제 끝나려나 하던 길이 귀신같이(?) 쉽고 수월한 길로 바뀌는 게 산이고, 그 역도 성립하는 게 또한 산이다.
특히 5, 6백 미터대의 동네산들은 중간중간 가쁜 숨을 삭이면서 마치 산책로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길들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 우리 동네엔 검단산을 위시해 이성산, 팔당 예봉산/예빈산 등이 그런 걷기 좋은 산길을 갖고 있다. 물론 강변 산책로들과는 달리, 산길 산책로는 어느 정도 높이를 올라가야 만난다는 점이 다르다.
요즘은 검단산 유길준 묘역 지나 쉼터에서 정상 방향이 아닌 옛 약수터 방향을 접어들면 10여분 넘게 이런 호젓한 산책로가 펼쳐져 자주 찾고 있다.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겸, 한여름에 너무 무리하지 말자는 적당한 핑계가 절묘한 콜라보를 이루면서 그냥 이 길로 접어들라고 유혹헤 오고, 그러면 마지못해, 아니 기꺼이 응해 준다.
산허리를 따라 좁게 난 이 길은 꽤 호젓해서 여간해선 오가며 마주치는 이들이 없고, 시원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한 약수터에나 가야 한두 팀 쉬고 있을 뿐이다. 요즘은 초록으로 가득차 있지만, 늦가을엔 갈색 낙엽길이, 한겨울엔 적당한 설경으로 변하면서 사철 어느 때나 오라고 손짓하는 친구 같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