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이 지는구나
Posted 2023. 6.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두세 주 전, 아파트 1층 화단에 큰 꽃이 소담스레 피어났다. 봄꽃들 가운데 늦게 피지만 커서 눈길을 끄는 작약이었다(한자 勺藥은 조금 어렵고, 영어 peony가 더 쉬워 보인다). 1층 주민과 경비 아저씨가 종종 물 주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정성으로 때 되면 피어나 지나가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주초에 지나가는데, 그새 꽃이 지고 시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지만, 활짝 폈을 때의 당당하고 풍성한 모습은 간 데 없고, 쓸쓸하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활짝 피어올랐던 모습을 못 봤더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지나칠 것 같은 풍경이었다.
내년에 다시 피어나겠고, 계절의 흐름에 따라 다른 꽃들도 피어나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들었다. 좀 더 오래 머물러서 지켜봐 줄 수도 있었는데, 무어 그리 바쁘게 옮긴 걸음이라니. 내년에는, 아니 다른 꽃들도 조금 지긋이 지켜봐 주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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