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수프 맛집 Souper

따끈하고 맛있는 수프를 먹고 싶었는데, 목요일에 맛볼 수 있었다. 씨네큐브에서 저녁에 하는 시사회에 당첨됐다며 같이 가자길래 따라나서면서 가는 김에 그 앞에 한 편 더 보기로 했는데, 중간에 밥 먹을 여유가 없어 지하철에서 내린 다음 바로 이른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래 전 다니던(1972-89) 모교회 내수동교회와 몇 년 전에 명동에서 옮긴 향린교회(10/15/23)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인데, 이름도 직설적으로 수퍼(Souper)다. 수프 대여섯 종과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단품이나 콤비로 먹을 수 있는데, 클램차우더를 시킬까 하다가 토마토 바질 수프에 프로슈트 들어간 샌드위치를 시켰고, 해인이는 이탈리안 웨딩이란 재밌는 이름을 가진 수프에 다른 샌드위치를 시켰다. 
 
첫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자 기대했던 이상의 맛이 났다. 은은하면서도 어느 순간 확 퍼지는 토마토와 바질 향이 정갈하고 단아하고 담백하고 품위 있다는 내가 아는 표현들을 다 동원하고 싶을 만큼 근사한 수프 한 사발이었다. 15년 전 시카고에서 뉴질랜드 해인이와 먹었던 SoupBox(7/15/10)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씨네큐브 갈 때마다 이 집에 들려서 종류별로 먹어보게 될 것 같은데, 이쯤 되면 소울 푸드였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