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궂은 장난
Posted 2026. 1.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아내와 덕풍골 약수터에 갔다가 한 바퀴 산책을 했다. 봄여름가을이면 외곽순환도로 위에 위에 나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 이성산까지 다녀오지만, 추운 날씨에 무리할 필요 없어 가볍게 걸은 것이다. 나즈막한 야산 중턱을 지나는데, 눈이 덮인 안내판에 누군가가 써놓은 글자가 보였다. 보아하니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쓴 게였다.
사람들은 이런 눈덮인 나무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글자건 기호건 뭐라도 남기려는(12/30/15) 경향이 있어 보통은 "사랑해요"라고 적기 마련인데, 그걸 본 지나가던 다른이가 심술궂게도 중간에 한 자를 더 써놓았다. 뭐 이렇게 방해한다고 사랑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추운 산길을 걷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덴 성공한 것 같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리면서 강변 산책로도 눈길을 이루면, 지나가던 이들은 발걸음과 함께 마음까지 남기고 가곤 한다. 모르긴 해도 사랑하는 누군가의 이름까지 써 있었을 텐데, 그 사랑을 가려주려는 마음으로 발자욱들을 남겨 보호해 주는 것이겠거니 하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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