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좋은 날
Posted 2011. 9.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산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새로워진 감성 가운데 하나는 하늘을 자주 바라보게 된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맑다 못해 깊기까지 한 가을 하늘을 수 놓는 구름 떼는 바라만 봐도 좋다. 산에 오르면 구름이 있는 건지, 구름 때문에 산에 오르는 건지, 잘 구분이 안 간다.
아무래도 평지에서는 아파트나 건물에 하늘이 일부 가리기 때문에 탁 트인 하늘을 보려면 산에 올라야 하는데, 웬만하면 아주 높은 산이 아니더라도 이삼십 분만 수고하면 아무 방해 받지 않고 가을 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구름이 좋은 날이 많다.
사무실 앞 모락산 사인암 - 정확한 높이는 안 나오지만 아마 3백 미터쯤 되지 않을까 싶다 - 에 오르면 정면으로 관악산이, 그 너머로 남산과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줄기들을 볼 수 있다. 왼쪽으로는 수리산, 오른쪽으로는 청계산, 그 옆으로는 백운산이 길게 펼쳐지는데, 산세도 다르지만, 구름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한참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큰 비행기 한 대가 하늘길을 지나간다. 방향으로 봐서 관악산 너머 있는 김포로 가는 국내선 국적기 같다. 바위 위에 서서 삼각대도, 고정시킬 다른 무엇도 없어 손각대로 잡아당겨 보는데, 숨을 멈추려 해도 아무래도 조금 흔들린다. 다음에 다시 이런 장면을 만나면 아예 바위 위에 누워 몸각대를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