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대교 아래
Posted 2012. 2.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설 연휴에 본가에 갔다가 잠시 산책한 한강공원은 한남동과 서빙고 그리고 이태원에 둘러싸여
있는 보광나들목에서 시작한다. 보광동은 내가 태어나 결혼해 분가하기까지 28년을 산 동네다.
동네 이름의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와 그보다 더 가까왔던 오산중학을 걸어다녔다. 74년에
들어간 고등학교는 추첨 1세대여서 종로 혜화동에 있는 학교로 처음 버스 갈아타고 다녔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산책길에 반포대교, 동작대교 두 한강 다리를 만났는데, 반포대교
아래는 바로 잠수교니 다리 수만 치면 세 개를 본 셈이다.^^ 좀 더 본격적인 산책을 하려면
원효대교, 노량대교까지 갔다 오면 좋겠지만, 그건 날이 좀 따뜻해지면 해볼 셈이다. 한겨울 강물은
잔잔한듯 보였지만, 다리 아래를 유심히 보니 물살이 제법 있었다.
교각과 강물이 만나는 지점엔 뜻밖에도 오리 몇 마리가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서핑까지는 아니어도 흔들리는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 온종일 친구들과
왔다갔다 하는 게 꼭 겨울철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먹고나서부터 깜깜해질 때까지
밖에 나가서 놀기에 바쁜 꼬마 녀석들 같았다. 녀석들의 나와바리가 반포대교 언저리일지
아니면 한강 전역을 마음 내키는 대로 오리발 닿는대로 돌아다닐지는 확인할 바 없다.^^
반포대교 교각 아래는 수면의 높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눈금자가 새겨져 있어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 높이를 바로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 눈금자는 요즘과 같은 계절엔 별 쓸모가 없지만, 한여름 장마철이 되면 상종가를 친다.
연일 장마가 계속되거나 홍수가 찾아오면 방송사들 카메라가 상주하면서 중계방송을 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화면에 비춰주기 때문이다. 맥시멈 15미터까지 표시할 수 있는 이 날의
수면 높이는 6.3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깊다면 깊고 얕다면 얕은 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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