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절필선언
Posted 2012. 9. 27.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고종석이 9월 24일 아침신문에 절필을 선언했다.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 말이 안 되는 글을 쓰는 이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십여 년간 그의 글과 책을 읽는 즐거움은 각별했다. 그저 그런 글을 쓰고 책을 내는 필자와 저자들은 많지만, 애독하고 싶은 작가는 누구나 손으로 꼽아야 하는데, 내게 고종석은 그런 작가였다.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한 고종석은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글을 써 왔는데, 내겐 명민하고 감각이 남다른 작가로 기억된다. 그는 좀처럼 글로 남을 공격하거나 오버하는 법이 없었는데, 그래도 그가 지향하거나 지지하는 대상은 비교적 분명했던 것 같다. 대체로 나는 그가 구사하는 언어적 감각과 논리적 합리성 그리고 스타일에 매혹됐던 것 같다.
그는 20여 권의 책을 썼는데, 한두 권을 빼곤 나올 때마다 다 사 주었다. 그의 책은 소리 소문 요란한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초판 3천권을 소화해 주는 매니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찌하다보니 그 중에 나도 들어가 있었다. 우리집 거실 책꽂이엔 내가 좋아하는 저자들만 따로 모아 꽂아두는 칸이 몇 개 있는데, 당연히 그의 책도 한 칸 조금 넘게 차지하고 있다.
그의 절필 선언 칼럼은 평소 그의 글이 그랬던 것처럼 차분하고 담담한데, 여기에 이른 특별한 연유는 나와 있지 않다.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독자로서 궁금하고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난 그의 선언을 지지해 주기로 했다. 지난 10여 년간 읽는 재미를 주었던 그가 언젠가 복귀 선언을 해 주길 바라면서 이번 추선 연휴엔 그의 책들을 다시 뒤적여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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