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승2무1패
Posted 2012. 9. 15.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한 달 전에 사 둔 안철수 교수 관련 책을 짬짬이 읽었다. 자신의 생각과 소견을 밝힌 <생각>은 생각했던 것처럼 크게 재밌거나 딱히 특별하진 않았다. 언론을 통해 연상되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에 그냥 한 번 훑어보는 데 의미를 두었다. 몇 십만 부가 팔렸다는데 내겐 약간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수준이었다.
원래 뉴스메이커 당사자들의 책은 대개 그랬다.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과민하게 몸을 사리다 보니 본인 생각은 밋밋하게 표현되기 마련이고, 약간 뜬 구름 잡는 식의 얘기가 많이 나오게 마련이다. 오히려 관전자들의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뻥도 치고 싸움도 붙이면서 써 대는 구라와 뒷담화가 훨씬 박진감도 있고 읽는 재미가 있다.
한때 매료됐던 강준만 교수가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하면서 쓴 <힘>은 대체로 안 교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이들의 생각을 강 교수 특유의 실명 비판으로 까는 책인데, 세월의 흐름과 함께 형성된 경륜이랄까 여유로 예전 책들에 비해선 확실히 점잖게 비판하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강 교수의 힘이 느껴졌다.^^
세 권 가운데 제일 기대를 했고, 가장 재밌는 책은 한겨레 정치부 기자 다섯이서 허리띠 풀러 놓고 기자들의 감각과 촉수와 글빨을 동원해 끝장토론 비슷하게 안 교수의 출마 여부와 승률을 점친 <읽는다>였다. 현역 정치부장도 있고, 오래 전에 부장을 지내고 지금은 꼰대같은 선임기자로 있는 이도 나오는데, 최고의 핫 이슈를 정치부 기자들 특유의 수다로 신나게 다루고 있다. 몇 개의 주제가 라운드 토크(Round Talk)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조중동에서 박근혜도 이렇게 읽어주면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다섯 사람이 전망하는 안 교수의 승률은 2승2무1패다. 둘은 확실한 승리를, 둘은 신중하게 가타부타 장담하지 않는 가운데 한 사람이 호기 있게 안 교수의 필패를 공언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그가 바로 성한용 선임기자다. 왕년에 날리던 기자들처럼 선 굵은 기사로 요즘 기자들 가운데 내가 유심히 보는 몇 안 되는 이인데, 과연 그의 선견지명이 들어맞을지, 아니면 젊은 기자들의 새로운 감각이 맞을지 흥미진진한 게임이 펼쳐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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