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치장을 하는구나
Posted 2013. 2. 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느티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등등 우리땅에서 자라는 나무들도 구분을 못하는 터라 외국에서 한두 번 보게 되는 나무 이름을 구분하거나 기억하는 건 내 능력밖의 일이라 여기고 있다. 이름과 특성을 잘 알고픈 마음은 있지만, 노력하거나 공부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런 부끄러움을 조금씩 탈피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 같다.
와이카토 대학 호수변의 나무들을 구경하다가 아름드리 줄기의 형상이 조금씩 다르다는 데 눈이 갔다. 이름은 잘 몰라도 수종(樹種)이 달라 나무 몸통의 모양새가 조금씩 다른 건 알았는데, 몸통을 치장하는 모양새도 달라 흥미로웠다. 큰 나무들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이끼가 함께 자라는 건데, 이끼인지 확실친 않지만 이 나무 하단부를 푹신하게 덮으면서 푸른 게 자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하와이언 댄서가 훌라 춤을 추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아마 나무 기둥을 타고 자라는 것 중 대표는 담쟁이나 기생식물일 터인데, 누가 뉴질랜드 나무 아니랄까봐 반지의 제왕 풍의 가늘고 길다란 녀석들이 위로부터 거꾸로 자신을 늘어뜨린 채 자라고 있었다. 나무의 수염도 아닌 것이 길기는 왜 이리 긴지 모르겠다. 나무 기둥을 타지 않고 으슥한 구석에서 자랐다면 가시덤불로 보였을 수도 있었겠다. 모르지, 밤이 되면 가늘고 긴 몸을 일으켜 옆 나무들과 수다를 떨찌.
눈을 조금 들어 그 나무를 쳐다 보니, 오래 된 나무에서 새 가지가 상하좌우로 삐져나왔는데 걔들만 있으면 추워 보일까봐 이 녀석들이 게까지 올라가서 덮어주고 있었다. 크고 오래 된 나무에서 잔 가지가 새로 생겨나는 모습은 자못 흥미진진하다. 어떻게 저 크고 굵고 단단한 나무에서 저렇게 가느다랗고 긴 새 가지가 삐죽 얼굴을 내밀다가 시나브로 큰 나무의 친구가 됐을까.
가지 치기를 해서 매끈하게 만든 나무도 있다. 가뜩이나 나무가 많은데 잔가지까지 허용하면 너무 정신 없을까봐서 과감하게 잘라낸 가지 덕분에 나무 기둥이 시원해졌다. 어떤 곳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나무는 성품이 좋거나 덕을 많이 쌓았는지 주변에 화초들이 빙 둘러서서 데코레이션을 자처한다. 나무 자체로는 그리 볼품 없었는데, 화초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일약 이 일대에서 돋보이는 존재가 됐다. 나무와 꽃 그리고 풀이 더불어 함께 어울려 즐거워하는 모습에 바라보는 나도 덩달아 눈이 시원해지면서 아늑한 느낌을 선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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