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라, 말아라
Posted 2010. 5. 4. 11:23,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
남산타워 밑 넓은 전망대는 사람 반 자물쇠 반이다. TV에서 슬쩍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큰 공간에 자물쇠가 가득한 줄은 몰랐다. 유행을 넘어 이곳을 오는 사람들, 특히 남녀 연인이라면
큰 공간에 자물쇠가 가득한 줄은 몰랐다. 유행을 넘어 이곳을 오는 사람들, 특히 남녀 연인이라면
반드시 치러야 할 통과의례라도 된 듯 싶은 풍경이다.
하도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사람들이 경치를 보러 오는 건지 이걸 보러 오는 건지 모를 정도다.
자물쇠만으로는 모자라 하트형 메모, 색색깔의 사랑 다짐으로 빽빽하다 못해 촘촘할 정도였다.
마치 세상의 온갖 자물쇠들이 엑스포라도 열린 듯, 철망에 걸려 있다. 두 사람의 이니셜을
쓰고, 날짜까지 남겨 만천하에 자신들의 수줍은 사랑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비바람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쯤은 They don't care!
쓰고, 날짜까지 남겨 만천하에 자신들의 수줍은 사랑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비바람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쯤은 They don't care!
누가 열쇠라도 가져올까봐 다이얼 방식의 자물쇠도 더러 보인다. 행여 시간 많고 심술궂은
사람이 일일이 다이얼 돌려가며 비밀번호 맞춰 풀어버리면 어쩌려고.
사람이 일일이 다이얼 돌려가며 비밀번호 맞춰 풀어버리면 어쩌려고.
물 건너 온 사랑도 있다. 메이플 문양을 보니 캐나다 애들이다. 2010 올해 걸어 놓은 최신형이다.
일일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모르긴 해도 여기도 중국과 일본 애들 게 제법 있지 않을까.
모서리 부근엔 그래도 아래 전망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조금 남겨 놓았다. 여기까지
채워놨으면 진짜 양심불량이다.
한 층 내려와 기념품 가게에서 레스토랑 들어가는 복도엔 마그네틱 사랑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래도 이건 무슨 작품 같아 보이고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다.
채워놨으면 진짜 양심불량이다.
한 층 내려와 기념품 가게에서 레스토랑 들어가는 복도엔 마그네틱 사랑판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래도 이건 무슨 작품 같아 보이고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다.
근데, 궁금해진다.
사랑을 이렇게 폼나게 해야 하는 걸까? 만천하에 우리 커플이에요 알리며 해야 하는 걸까?
혹시 내가 연애할 때도 이런 공간이 있었다면, 나 역시 하나 걸어놓진 않았을까?
아서라, 말아라! 손가락을 걸든지 마음의 심비에 새기면 족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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