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소주
Posted 2014. 2.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육칠 년 전쯤 경북 봉화에 있는 지인의 고택(古宅)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인근 지역 명물이라면서 안동소주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류(酒流)나 주당(酒黨)이 아닌지라 그저 지역마다 있는 소주의 한 종류인 줄 알고 무심코 넘겼다. 그때 대충 40도가 넘는다느니 하는 얘기가 오갔는데, 뭔 소주가 그러려니 했었다.
이번 설날에 본가에서 차례를 지내는데 - 아직 교회에 다니지 않는 본가 식구들은 차례와 제사를 지낸다 - 제수용 술로 안동소주가 나왔다. 큰 형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있던 거라니 10년이 훌쩍 넘은 건데, 술 항아리가 단아하고 제조자인 술 명인 이름까지 새겨 놓은 걸 보니 제법 값이 나가 보였다.
술병 뒤에 붙은 라벨을 보니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등록돼 있고, 알코올 도수가 자그마치 45도나 되는 거의 고량주급이었다. 십여 년 전 출고가격이 만3천원이 넘었는데, 조카가 잽싸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더니 지금은 3만원대에 팔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제법 지나선지 코르크 마개가 중간에 끊어져 남은 코르크를 파내느라고 조금 시간이 걸리기도 했는데^^, 마개가 따지자 우와~ 진하다 못해 코를 자극하는 술향기가 거실에 잠시 흩뿌려졌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음복(飮福)을 하는 조카들의 표정과 들이킨 후의 느낌이 아무래도 다른 때 쓰던 정종이나 소주에 비해 강할 수밖에 없었고, 연속으로 마셔 제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주도(酒道)를 잘 알진 못해도 안동 같은 내륙지방에서 어떻게 이렇게 도수가 쎈 술문화가 발달했는지 신기했고, 이렇게 타는 듯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속은 멀쩡할지 그냥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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