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건너온 삼색 나물
Posted 2014. 3.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두 주간 함께했던 누이가 어제 저녁 비행기로 돌아갔다. 매번 고사리(fern)를 직접 뜯고 말린 걸 한 보따리씩 가져오는데, 나물로도 해 먹고 육개장 끓일 때도 한동안 요긴하게 쓰인다. 말이 한 보따리지, 실제로 뜯고 삶아 말리는 과정을 꽤 여러 번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면 누이의 고사리는 맛으로도 먹지만 정성을 먹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올해는 살구버섯(chanterelles)과 노란호박(yellow zucchini) 말린 것도 가져왔는데, 둘 다 이번에 처음 봤다. 오곡밥을 해서 고사리 나물과 함께 들기름과 고추장을 한 숟가락씩 넣어 비빔밥을 해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었다.
보통 해 먹는 비빔밥은 현미가 들어간 흰 쌀밥에 노란색 콩나물과 녹색 나물, 무채 같은 주황색 계열이 버무려져 컬러풀하지만, 이번엔 오곡을 섞은 찹쌀밥에 브라운 계열의 나물들로 채워져 비주얼은 조금 밀렸다.^^ 하지만 맛과 의미에선 평소 먹는 걸 능가해 조금 더 비빌까 하려다가 마침 양평 5일장에서 사 온 수수 부꾸미와 메밀전병 등 다른 게 있어 참았다.
일 년만의 방문이니 마음 같아선 제주도나 통영 같은 델 며칠 가서 바닷 바람도 쐬고 가게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모친의 걸음이 자유롭지 않으셔서 또 다음으로 미루고, 중부시장과 경동시장을 혼자 다녀오고 고작 아직 꽃들이 피어나기 전인 아침고요수목원을 구경하는 데 그쳤다. 서운한 마음에 책 10여 권과 그 동안 함께 찍은 사진을 usb에 담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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