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찌
Posted 2014. 3.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나이가 들면서 전에 안 먹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던 것들이 은근 좋아지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모찌다. 소시적에 입시철 찰떡 합격용으로나 무슨 답례품으로 종로복떡방 같은 데서 만든 걸 안 먹어본 건 아니었으나 일부러 사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비슷해 보이는 찐빵과는 겉과 속이 다른 게 맛과 식감이 많이 다르다.
쿤밍에 사는 동생네가 잠시 영종도에 머물면서 맛있는 떡집에서 얼린 모찌를 사 왔다. 대치동에도 있는 떡집 거라는데, 주먹보다 조금 작은 게 제법 크다. 작년까진 한 개에 천 원을 받았는데, 이번에 가니 천 오백원이 됐단다. 빵 한 개 값인데, 조금 비싼 느낌도 들지만 요즘 물가로나 들어가는 재료가 그 정도 받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기본 흰 색과 쑥색 외에도 노란색, 연분홍색 등 여러 색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겉은 비닐 랩으로 싸 있는데, 두어 시간 내놓고 해동이 되면 그냥 베물어 먹어도 되지만, 반이나 반에반으로 잘라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면 꿀맛이다. 반으로 자른 단면을 보니 진하디 진한 팥소가 꽁꽁 뭉쳐 잔뜩 들어 있는 게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맘 먹고 먹으라면 성향상 앉은자리에서 서너 개는 가볍게 먹을 것 같은데^^, 무슨 결핍괴 궁핍 채울 일도 없고, 무엇보다도 그러면 한계효용의 법칙 때문에라도 맛을 음미하기 어렵다. 반 개 정도 먹을 때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은데, 가끔 생각이 나면 퇴근길에 은마상가에 있다는 떡집에 가서 몇 개 사 갖고 와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야금야금 꺼내 먹을지 모르겠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욱농장 사과 (2) | 2014.04.10 |
---|---|
추어탕 먹는 법 (2) | 2014.03.24 |
미국에서 건너온 삼색 나물 (2) | 2014.03.16 |
어머니 생신상 (2) | 2014.03.12 |
마말레이드 3통 (0) | 2014.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