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굽는 카페 조선
Posted 2014. 6.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몇 달만에 송도에서 저녁을 먹었다. 10년 넘게 2080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으면서 뉴욕주립대학(SUNY) 한국문화원 일도 하고 있는 전경호 목사가 출판팀 식구들에게 밥 사겠다며 놀러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잠시 환담을 나누다가 가게 된 곳은 드림시티란 건물 1층에 있는 고기 굽는 카페 조선이었다. 써붙인 가격대가 괜찮아 보인다.
테이블마다 커다란 대리석 불판을 살짝 기울여 기름과 찌꺼기 빠지는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게 시선을 끌었는데, 비주얼로만 아니라 실제로도 아주 유용했다. 고기를 고르면 까만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와서 굽고 자르고 섞어주고 나중엔 밥도 볶아주는 시스템이라 편하게 고기가 구워지는 과정을 쇼 보듯 구경하게 하는 게 이 집의 포인트였다.
생등심인지 목살인지를 시켰는데, 콩나물 무침과 적당히 익은 김치부터 얹고 두부, 맛살, 새송이버섯, 비엔나 소시지, 중간 크기 새우와 양파가 함께 얹히고, 계란찜과 된장찌개가 사이드에 놓였다. 양파는 가운데 부분만 따로 놓아 뭐 하려나 했더니, 달걀과 치즈로 모양을 냈다. 맨 마지막으로 두툼한 고기 덩어리가 나왔다.
고기가 다 익자 적당한 크기로 썰더니 불판에 무얼 뿌려 활활 불길이 일어났다. 갑작스런 불쇼에 다들 깜짝 놀랐다는듯 박수와 환호가 나오고 잽싸게들 찍어댔다. 비주얼로도 그만이고, 고기 냄새도 죽여줄 요량으로 소량의 소주를 뿌린 것이다. 재밌지만 오래 지속되면 흥미도 반감되고, 먹는 데도 지장 있을까봐 10초 정도 지나자 자연 소화됐다.
이 집은 고기 삼합이라고, 고기와 새송이와 함께 가리비를 약간 매콤한 칠리 쏘스에 찍어 먹게 했는데, 아이디어 별미였다. 갑자기 대화가 중단되더니 그 다음은 폭풍 흡입 챕터가 열린다. 상추와 무쌈에 싸 먹어도 좋고, 개인별로 나오는 양파 간장 쏘스에 찍어 먹어도 상관없다.
마지막은 관례대로 n-2 정도의 볶음밥. 불판의 찌꺼기에 물을 붓더니 대형 스크랩퍼로 두어 번 밀어내 구멍 속으로 떨어뜨리고 볶기 시작한다. 손놀림이 쨉싸 순식간에 뒤집고 부수고 모으고를 반복하더니 짜잔~ 두툼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낸다. 밑바닥은 누룽지가 되고, 여기저기서 배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다섯이 고기 6인분에 해물 추가, 볶음밥 3인분 해서 8만원대라니 분위기와 가격 대비 괜찮았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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