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회룡역 코스
Posted 2014. 6.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종일산행5월 마지막날이 마침 토요일이어서 아침 일찍 출발해 강동-군자-도봉산역을 거쳐
1호선으로 갈아타 역 두 개를 더 가서 회룡역애서 사패능선에 올라 포대 정상에서 망월사
방향으로 내려왔다. 지난 달에 도봉산에서 잔뼈가 굵은 동생이 꼭 한 번 가 보라고 했던
코스였다. 그 동안 다닌 코스들도 좋았지만 역시 고수가 추천할만 했고, 서로 다른 계절에
몇 번 더 가고 싶어지는 좋은 코스였다.
회룡역에서 등산로 초입까진 20분 정도 걸어여 하는데, 동네 터줏대감인 4백 년 된
회화나무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목각 작업장과 노변 공방을 구경할 수 있다. 전통 서예를
기반으로 살짝 멋을 부린 스타일이었는데, 너무 딱딱하지 않아 이 정도면 일반인들도
관심과 흥미를 느끼겠다 싶었다. 딱히 꾸미지 않고 오픈된 작업장이 마음에 들었다.
높다란 고가도로 아래에 커다란 도봉산 안내도가 서 있어 출발 전에 잠시 자신이 생각한
코스를 확인하거나 다음 번 산행을 꿈꿔보게 했다. 나같이 홀로 오르는 이들도 있고, 일행과
함께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그룹도 보였다. 아직 9시가 안 된 이른 시간이고 의정부 쪽이라
그런지 도봉산역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들에 비해 한적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 입구의
노란 화살표 옆으로 통과하면 등산객수가 집계된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둘레길이 생기면서 등산객뿐 아니라 산보객들로 넘쳐나는데, 이렇게
둘레길을 걷다가 등산로로 이어지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까 산을 탈 사람들은 등산로로
접어들면 되고, 그냥 산을 벗해 걸을 사람들은 둘레길을 따라 가면 못지 않은 운동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길바닥의 둘레길 표시가 예쁘다.
도봉산은 등산로가 수백 개에 이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보루길에서 사패능선
표시를 따라 오른쪽으로 접어들었다. 능선까진 2km 남짓이니 한 시간 정도면 닿을 듯
싶었다. 왼쪽으로 가면 원도봉인데, 산악인 엄홍길 씨가 다니던 길로 유명하다.
회룡사가 자리 잡고 있는 곳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지고, 다른 산 같았으면 주목을 받았겠지만,
워낙 바위가 많아 이 정도로는 이름도 없는 큰 바위들이 그래도 초행길의 내 눈을 끌면서 자꾸
걸음을 멈추게 한다. 돌과 나무로 된 계단도 완만했고, 숲길을 걷는 기분이다.
조금 수월하다 싶었는데 철계단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한여름엔 제법
땀 좀 흘리게 만들 것 같다. 철계단은 높지는 않았지만 열 번 가까이 꺾어지면서 다리를
살짝 후들거리게 만들었다. 철계단이 지나면 능선에 이르나 보다 했는데, 오산이었다.
너무 만만히 본 게 아니냐는 듯이 돌계단 코스가 남아 있었다. 헐떡고개라 부르거나
까마득고개라 불러도 될 만큼 철계단 코스보다 길게 이어졌다.
위에서 볼 땐 급경사로 보이는 이 구간이 끝나는 곳이 사패 능선인데, 오른쪽으로 가면
사패산, 왼쪽은 포대정상을 거쳐 자운봉 가는 포대능선이다. 내가 오른 반대편은 송추 방면이니,
사통팔달 능선인 셈이다. 여기서 사패산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 자운봉을 지나 오봉, 여성봉까지
종주하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회룡역에서 이곳 사패능선까진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고,
지루할 틈 없이 볼거리가 많았다. 자, 이제 포대정상을 거쳐 망월사로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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