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드하지 아니한가
Posted 2014. 9. 18.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
지난 주일 교회 메시지를 듣고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 간단한 소회에 살을 조금 붙여 본 글이다.
슈스케나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를 보다 보면, 노래를 곧잘 하는 것 같은데 윤종신이나 박진영
같은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고, 입술을 씰룩거리며 난처해 하는 표정을 짓다가 급기야 불합격을
먹는 이들이 있다. 심사위원들은 선곡이 잘못 됐다든지, 작전 미스라든지 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는데,
그 중에 창법이 좀 올드(old)하다는 평을 받는 참가자들이 종종 있다. 가령 스무 살 안팎의 젊은 친구가
지나치게 기성가수 흉내를, 그것도 너무 뻔하게 낼 때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7월부터 담임목사의 안식년으로 부교역자들과 외부 설교자들의 설교가 이어지고 있다. 7월엔
부교역자 다섯이 베드로후서를 다섯 토막 내서 시리즈 설교를 했는데(첫 두 주는 미국에 있느라 듣지
못했다), 서로 개성과 배경, 연륜이 다른 사역자들이다 보니 톱니바퀴처럼 척척 맞아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만하면 선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한 설교자가 다섯 주 연속으로 하는 것의 지루함이나
루틴함을 상쇄시키는 측면도 있었다.
2007년 여름인가, 릭 워렌을 위시해 새들백 교회 사역자들 너댓이 와서 목회자들을 위한 대규모
세미나를 인도한 적이 있는데, 앞 사람이 어디서 끝내든, 이어 강의하는 이들이 거의 한 사람이 하는
것인 양 세미나 내용을 완벽하게 다루는 걸 보고 경탄한 적이 있었다. 나름 그 안에는 서열과 지위가 있고,
설교나 강의 스타일도 차이가 있었지만, 듣는 이들이 거의 간격(gap)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상당한 연습과 훈련이 있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냥 막 나온 게 아니었다.
9월 들어 외부 설교자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일부 공감이 되고 끄덕여지는 대목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듣는 내내 좀이 쑤시고, 하품이 나면서 대체로 좀 올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지난주 직장인에 관한
메시지는 콘텐츠와 스타일 그리고 딜리버리(전달방식) 모두 조금 진부하단 느낌을 주었다. 뭐, 어떤 메시지를
듣든 조신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올드하기보다는
참신하고, 진부하기보다는 도발적이었으면 하는 게 인지상정일지 모르겠다. 성현의 말씀 같은 윤리 교과서식
강의보다는 삶의 현장에서의 치열한 고민이나 통찰을 듣고 싶었는데, 조금 허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성실-탁월-책임-기도를 강조하는 메시지는 틀린 말씀은 아니고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조금 낡은
레코드를 틀어댄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해 전에 비슷한 주제를 다룬 하종강 선생까진 아니어도 이 폭넓은
주제와 이슈에 대해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보수적이고 펀더멘탈(fundamental)
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직장인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긴장과 갈등, 대인관계와 노동환경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그저 잘해야 한다, 잘하면 된다, 잘할 수 있다로 일관하는 메시지는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성공주의, 모범주의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이 교회로 옮기기 전까지 10여 년 다녔던 교회도 외부 설교자를 제법 많이 세우는 교회였는데,
그땐 대부분 함량 미달 또는 오십보 백보, 그 밥에 그 나물 식이어서 답답해 하다가 몇 차례 담임목사와
대화하면서 조심스럽게 문의했을 때, 어느 교회든지 강단에 세우는 설교자들의 수준은 그 교회 목회자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솔직한 답변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 이게 이 분의 한계구나, 이 분의 선구안
(選球眼)은 여기까지구나, 를 절감하고 더 이상 승산 없는 씨름을 벌일 필요를 느끼지 않고
정리할 수 있었다.
Anyway, 다소 혹평을 남기긴 했어도 제 점수는요.. 아니, 아직 Top 10이 시작된 게 아니니
점수를 매기긴 이르고, 신에게는 아직 12명의 메신저가 남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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