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양지길
Posted 2015. 1.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한동안 눈 소식이 없더니 대한(大寒, 20일)을 앞두고 주일 밤에 눈이 제법 소북이
내렸다. 은고개 엄미리 계곡에서 남한산성 한봉 가는 산길은 어느 계절이나 산책하기
좋은데, 눈이 내리고 며칠 뒤에 가 보면 한쪽은 여전히 눈이 쌓여 있지만 다른 쪽은
응달을 빼곤 거의 녹아 맨땅을 드러낸 데가 많이 보인다.
오른쪽이 북사면이고 왼쪽이 남사면이니 눈이 녹는 정도가 바뀌어야 할 것 같지만,
산길은 남북 방향보다는 중간 중간 계곡을 경계로 나무가 많이 심겨 숲을 이루는 정도에
따라 햇볕을 오래 못 받는 응달이 생기고, 등산객의 왕래도 별로 없는 곳들은 방위와
상관없이 겨우내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둘 사이의 경계는 작은 시내나 계곡이 될 때도 있지만, 어떤 데는 사람 다니는
발길 따라 둘 사이가 나뉘기도 한다. 마른 길이 걷기 좋지만, 가끔은 쌓인 눈 속에
발을 담궈보고 싶기도 한다. 보이는 것과 달리 발이 어느 정도 깊이로 들어가는지,
아니면 하다못해 등산화 밑창 자국이라도 눈 위에 찍어보고 싶어진다.
양쪽이 온통 눈으로 덮여 뽀드득거리는 길이나 다 녹아 바스락거리는 양지길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갈라져 대비되는 눈길 풍경이 보기도 좋고 걷기도
좋게 마련이다. 이맘때만, 그것도 조금 계곡이 있는 산에 들어가야 볼 수 있어 아늑한
집안을 나와 잠시 추위와 맞짱떠야 한다는 게 귀찮긴 하지만 그 정도야.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른 용도 (2) | 2015.01.25 |
---|---|
얼음이 얼었던 자리 (2) | 2015.01.23 |
검단산 페치카 (2) | 2015.01.01 |
좋은 친구 (2) | 2014.12.25 |
빛나는 낙엽송 (2) | 2014.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