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Posted 2015. 6.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종일산행
산에 악어가 살 리는 없을 텐데, 용문산 등산로 한켠에서 마른 낙엽들 위로 몸을
의탁하고 있는 악어 한 마리를 봤다. 악어라고 하기엔 두꺼운 가죽이 안 보이고 귀엽게
생겼지만, 형형한 눈이며 팔을 펴고 배를 바닥에 길게 깔고 있는 게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악어였다. 본래 악어색과 차이가 있는 건, 산에 사는 악어는 나무색으로
보호색을 삼았기 때문이란 서 모 등산 전문가 의견이다.ㅋㅋ
산에 악어가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악어와
비슷한 이미지의 도마뱀이 꼬리를 잘려도 잽싸게 도망간다는 말은 들었어도, 머리 쪽이
잘렸는데도 악어가 생생하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잘린 몸통 단면은 커다란 참치처럼
마블링이 잘 발달해 있어 악어 고기 좋아하는 이들이 봤다면 입맛을 다실 것 같았다. 둘 사이는
2미터 정도로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 생이별을 안타까워 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대쪽에서 바라보니 애가 타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듯 싶어 보였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머나 먼 산동네에서 생이별을 했는데.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려진 악어는 엄청 긴 놈이었는데, 등산로를 벗어나 숲속에 자리 잡은
녀석은 멋진 악어 가죽을 간직하고 있었다. 놀랄 노 자, 점입가경이었다.
산에 사는 나무 악어들 (3/28/14, 4/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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