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화분의 다른 용도
Posted 2016. 1. 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
사무실 뒷쪽 보도블록에 커다란 화분 몇 개가 놓여 있다. 거리 미관용 외에 숨은 용도는
주차 방지용인데, 아침에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려면 이들에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모난 것도 있고 둥그런 것도 있는데, 재질은 거리 장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운모다. 철철이
때 되면 제비꽃부터 국화까지 일률적으로 심는데, 대개 관리가 잘 안돼 꽃이 오래 가진 못한다.
부쩍 추워진 요즘 둥그런 화분엔 사철 푸르른 작은 나무가 심겨 있다.
꽃이건 나무건 이런 데서 자라기는 썩 좋은 환경은 아닌지, 그 중 하나가 죽었는가 싶더니
며칠 뒤엔 엉뚱한 게 올려져 있었다. 식물을 심는 화분 용도는 잠시 뒤로 하고, 인근 회사원들이
점심 먹고 삼삼오오 모여 한 잔 했던 쥬스나 커피팩을 올려놓는 쓰레기통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아무렇게나 던져 어지럽혀 놓진 않고 그런대로 조심스레 잘 모아 놓아 크게 거슬려 보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이질적인 것이라 뿌리를 못 내리고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자세히 보니 담배 꽁초를 군데군데 흙에 박아 놓기도 했는데, 거리 미관용으로 놓은
화분이 무색할 정도다. 그나마 꽁초나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고 한곳에 모아놓은 걸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눈이 쌓이고 얼었다 녹았다를 되풀이하다가 내년 봄이
되면 바람에 날려 아무도 모르게 심겨진 씨앗이 흙 사이로 기지개나 펴 주면 좋으련만,
지자체에선 또 꽃들을 심고, 얼마 뒤 시들고를 반복하다가 다시 임시 쓰레기통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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