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완 작품전
Posted 2017. 4.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영화, 전시회 풍경금요일 점심 산책을 마치고 계원대 갤러리 27에서 <After School 2인전>을 구경했다. 이름으로
볼 때 졸업생들의 작품 같았는데, 그 중 1층을 채운 채정완이란 작가의 작품들이 좋아서 이례적으로
두 바퀴를 돌았다.^^ 이 학교의 작품 경향이 그런 건지, 요즘 스타일이 그런 건지 몰라도 보통 땐
조금 난해하고 잘 와 닿지 않는 작품들이 많아 빠른 걸음으로 한 번 휙 보고 돌아 나오곤 했는데,
이 작가의 작품들은 감상과 해독이 어렵지 않은데다 만화적 상상력까지 발휘하게 해 주었다.
모두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렸는데,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여러 현상들을 시니컬하게 관찰하고
풍자하고 고발하는 작품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만들었다. <연극>이란
작품은 배후에서 조종하는 거대한 세력의 손 아래서 허우적거리면서 놓으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었다. 간당간당한 우리 인생을 묘사한 것 같기도 하고,
이 세대 권력과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서 한참 바라보게 만들었다.
뜻밖의 소재인 부활을 못 믿는 도마와 제자들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에 손을 넣어 만져보는
장면을 그린 <보여주고 증명하다>는 어찌 보면 진지해 보이기도 하고 코믹해 보이기도 해서 역시
한참 바라보게 만들었다. 색채의 대비가 뚜렷한 <주목>은 왕따 현상을 빗댄 것 같아 보였는데,
파란색 넥타이를 한 입장과 빨간색 넥타이를 한 주변부로 각각 감정이입을 해 볼 수 있었다.
인간탑을 만들고 메가폰으로 아무리 외쳐대도 귀마개를 한 거인은 도통 들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들의 소통>은 지난 몇 해를 풍미한 이 나라 지도자의 우둔함과 고집을 잘 그려낸 작가적
상상력을 보여주었고, <청소>는 마치 적폐 청산을 하는 정의의 빗자루질 같았다. 전체적으로
블랙과 마젠타 컬러만 사용해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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