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살고 계십니까?
Posted 2010. 11. 10. 12: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10월 중순부터 두 주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3차 로잔 대회에 다녀왔다. 21년 만에 열린 로잔 대회 관련 소식은 신년호에 전하기로 하고, 싱가폴과 요하네스버그를 경유해 케이프타운까지는 비행시간만 꼬박 20시간이 걸려 몸이 비비꼬이는 가운데서도 딱 한 권 가져간 책을 갈 때 한 번, 올 때 한 번 읽었다.
올 가을에 갓 나온 책으로, IVP가 몇 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펴내고 있는 <유진 피터슨의 영성 시리즈 5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부활을 살라>(Practice Resurrection: A Conversation on Growing Up in Christ, 2010)이다.
1권 <현실, 하나님의 세계>(2006), 2권 <이 책을 먹으라>(2006), 3권 <그 길을 걸으라>(2007), 4권 <비유로 말하라>(2008)에 이은 마지막 책인데,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시리즈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책은 에베소서를 통해 참된 영성이란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임을 <메시지>를 풀어 쓴 언어의 장인이 특유의 필체로 보여 주는 멋진 책이다. 마침 대회 오전 세션에선 6명씩 앉은 테이블별 그룹성경공부에 이어 아지스 페르난도, 존 파이퍼 등이 6일간 돌아가며 에베소서를 갖고 메시지를 전했다.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론을 성경 한 권을 통해 공부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일반적으로 에베소서를 권유받을 것이다. 복음서와 사도행전, 로마서와 함께 청년기에 한 번쯤은 공부해야 할 책이다. QT나 개인성경공부, 그룹성경공부를 통해서건 에베소서 본문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주의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는데, 신학생이나 목회자가 아닌 청년대학생들에게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책이 좋은 강해서다(주석이 아니다).
에베소서 하면 첫 손가락에 꼽는 게 존 스토트의 BST(Bible Speaks Today) 시리즈 <에베소서 강해>(IVP, 원제는 God's New Society)인데, 이제 이 현대적 고전과 함께 읽을 만한 좋은 책이 생겼는데, 바로 피터슨의 책이다. 스토트의 책이 영국적인 고전적인 강해를 제공한다면, 피터슨의 책은 미국적인 현대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터슨은 왜 자신의 영성 시리즈 5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 제목으로 다소 흔해 보이는 ‘부활을 살라’(Practice Resurrection)를 붙였을까? 피터슨쯤 되면 좀 더 멋져 보이고 신선한 언어로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대가와 고수의 속내를 알 순 없지만 책을 읽어본 내 느낌은, ‘역시! 과연!’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확실히 피터슨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리고 그가 옳았다.
피터슨은 에베소서가 바울의 편지 중 일반적으로 가장 어렵다는 주장을 틀렸다고 말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원저자인 바울이 워낙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그렇게 보일 뿐이지, 집중해서 공부하면 그리 고학력자가 아니라도 이해 못할 게 없다는 사실을 32년 간 다양한 회중과 에베소서를 공부하면서 발견했다는 것이다.헐! 3년도 아니고 32년씩이나.^^
그렇다면 에베소서를 통해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부활을 살라(Practice)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을 말하는 걸까? 그는 우리가 부활을 살 때 비로소 그리스도 안에서 자라가고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평범해 보이는 교훈이지만, 막상 이 둘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가르침을 한국교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가.
그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미국식 ‘잡종 영성’(146면)을 추구해 왔고, 신앙생활에서도 개인주의를 제어하지 못해 평생 미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임을 폭로한다(174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성숙한 삶에 이르기 위한 지도 같은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276면).
맞다. 성숙이란 애당초 지름길 같은 건 없고, 평생 느릿느릿 가야 하는 길이다. 성장과 부흥을 강조하는 한국식 ‘잡종 영성’에 물들어 있는 우리도 그가 새롭게 들려주는 에베소서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 책도 별책으로 된 스터디 가이드(130면)가 있는데, 장별로 세 면 정도씩 본문을 요약해 주고, 책에서 뽑은 숙고해 볼만한 인용문을 십여 개 제시한 후, 나눔을 위한 질문을 몇 개씩 달아 놓았다. 책 끝부분에다 질문만 달아놓을 수도 있겠지만, 별책으로 된 스터디 가이드를 만들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가이드 편집자가 해 놓은 장별 본문 요약을 읽다 보면 피터슨의 텍스트를 제대로 읽었는지 아니면 건성으로 읽은 건지 쉬 드러난다.
● 피터슨 영성 시리즈의 환상적인 피날레다. - 마르바 던
● 기독교 제자도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 심지어는 반대되는 관점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매우 유익하고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 Publishers Week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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