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Books? Still Books!
Posted 2018. 8. 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즐겨 듣는 팟캐스트 방송 중 브랜드를 하나씩 다루는 <B Cast>가 있는데(이번 주로 시즌 1이
끝났다), 모체는 <매거진 B>란 월간지다(2011년 창간해 벌써 7년이 됐다). 이 잡지를 만드는 데서
6월에 한남동 순천향병원 근처에 <스틸 북스>란 서점을 냈다길래 가 보고 싶었는데 마침 g가
시간이 맞아 함께 갔다 왔다. <아직 서점>이란 이름이 재밌는데, 아직도 서점인가(Still Books?)
하는 이들에게 그래, 아직도 서점이지(Still Books!)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작은 동네서점은 아니고, 현대식으로 잘 지은 복합건물 1-4층에 넉넉하고 보기 좋게 디스플레이
해 놓아서 일부러라도 한 번쯤 구경해 볼만한 멋진 공간이었다. 간판과 입간판도 개성 있었고, 통창에
도드라지게 새긴 책으로의 여행(A Journey to Books)이란 슬로건도 내부가 어떤지, 어떤 책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쪽 벽을 장식해 놓은 <매거진 B>
과월호들부터 눈을 맞춰 온다.
언제부터인지 서점에서도 미술이나 전시 기획 작업에서 쓰던 큐레이션(curation), 큐레이팅,
큐레이터란 말을 가져와 책을 선별해 진열하는 기획력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스틸 북스는 이런
기획력과 자본을 적절히 콜라보하고 있는 현장처럼 보였는데, 일단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은 여느
서점들에 뒤지지 않고 고객의 관심과 시선을 충분히 끌만해 보였다. 책만 아니라 관련 상품들도
적절히 구색을 맞춰 놓았는데, 일종의 복합서점 구실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지만, 브랜드를 다루는 회사가 만들고 비싼(?) 동네에 있는 서점답게
구석구석이 너무 깔끔하고 도도해 보이기도 해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동네 서점 마실 와서
이 책 저 책 꺼내 보려는 책벌레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은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이 서점에 있는 책들은 다 있어 보여서 웬지 조금 잘난체 하기에 딱 좋은
컬렉션일 수도 있겠다 싶은 인상을 주었는데, 취향이 다른 고객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일단 좋은 책들과 잡지들을 보기 좋게 디스플레이하고 있어서 계절마다 나들이하면 괜찮은
책들을 만날 수 있겠단 느낌이 들었고, 역시 책이나 잡지는 온라인 서점만으로는 안 되고 이렇게
물리적인 공간에서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살펴봐야 하는 물성을 지닌 상품이라는 걸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잡지 몇 권과 책이 보였지만, 조만간 한두 번 다시 가 볼 요량으로 구입은
잠시 미뤄두었다.
'I'm wandering > Joy of Discove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레기통 앞 해바라기 (0) | 2018.08.12 |
---|---|
우사단로 이런저런 디자인 (0) | 2018.08.03 |
넝쿨 덕에 공짜 장미 (0) | 2018.05.29 |
바께스 테이블 카페 (0) | 2018.05.23 |
북한 도시들 (0) | 2018.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