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께스 테이블 카페
Posted 2018. 5.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석탄일에 g네 집에 가서 점심 먹고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름은 있지만 간판은 눈에 띄지
않는 아담하고 소박한 곳이었다. 몇 개 안 되는 작은 원형 테이블은 플라스틱 바께스(Bucket)를 겹쳐 놓고
그 위에 얹혀 있었는데,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아래를 어떻게 고정시켰는지 모르겠지만 흔들리지 않아
밑에 바께스가 놓인 게 전혀 의식되지 않는, 꾸민듯 꾸미지 않은 독특한 인테리어 감각이었다.
집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집 앞에 있는 카페에 가자길래 뭐 별 게 있겠어 하고 무심코 따라 들어
갔는데, 4천원이 채 안 되는 롱블랙과 플랫 화이트도 메뉴에 있어 깜짝 놀랐다. 커피 맛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는데, 분명히 간간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 것 같았다. 『와일드 Wild』를 비롯해
젊은 주인이 읽던 책들을 집에서처럼 군데군데 쌓아 놓거나 아무렇게나 꽂아 놓은 것도 보기 좋았고,
카페 한 귀퉁이를 그림 그리는 작업실로 쓰고 있어 작은 사이즈의 그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퇴근 후나 토요일에 들려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혼자 책 읽기 딱 좋은 이 카페는 지나가다 우연히 알게
됐다는데, 대로변 별다방이 하나도 안 부러울 것 같았다. 장난감처럼 생겨 은근히 괜찮아 보이는 나무로 만든
스탠드가 놓여 있는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책 한 권 읽는 건 일도
아니겠다 싶었다. 맛집만 많은 동네인 줄 알았는데, 곳곳에 숨어 있는 이런 공간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짭짤하겠다 싶어 살짝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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