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Posted 2019. 9.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영화, 전시회 풍경베를린, 시애틀 등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김보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벌새>를
봤다. 8월 말에 개봉했는데, 우리 동네 메가박스에선 상영하지 않고, 몇 군데 안 되는 다른 상영관도
시간이 안 맞아 막을 내리기 전에 부랴부랴 토요일 오후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에 보러 갔다.
1994년 강남 14세 여중생 이야기를 다룬 성장영화였는데, 화면이며 연기가 잔잔했다. 맞는
말인진 모르겠지만, 내 느낌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한국판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과는 많이 달라보이는 스산하고 고단해 보이는 25년 전 강남 대치동 복도식 아파트 단지
풍경이며 여중생들의 학교, 가정생활에 이어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일도 필름에 담고 있는데, 뭐 하나
꾸미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의 일상을 담아낸 게 호평의 이유가 된 듯 싶다. 바이런 식의 질풍노도까진
아니어도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해 받지 못하고 이렇다 꿈도 없고 답답한 그 시절 중딩들의 튀지
않는 담백한 연기가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내내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시기를 한참 지난 남자인 내가 보기엔 어쩔 수 없이 조금 심심했지만(알고 갔다^^),
객석 대부분을 점유했던 여성 관객들에겐 더 많은 공감과 수다와 호평을 들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tmi 하나. 우리 동네 식당 가운데 하나가 감독의 부모가 하는 식당인 듯, 수상과 상영을
알리는 현수막을 식당 앞에 내걸고 있다. 그렇다면 시청이나 메가박스 측과도 협의해
스크린을 확보했더라면 좀 더 쉽게, 많은 이들이 볼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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