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생답게 저항하기
Posted 2019. 9.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영화, 전시회 풍경
사무실 앞 계원대 새 총장이 된 이가 블랙리스트 관련 인사라는 대자보는 시간이
흐르면서 없어졌고, 대신 지난주에 새로운 방식의 저항 운동이 시작된 듯한 조짐을
볼 수 있었다. 이 학교에 최근에 세워진 파라다이스홀이란 근사한 건물 지하로 들어가는
외벽 양쪽으로 <예대생답게 저항하기>전이 열린 것이다. 사흘간 열린다는 배너가 없었다면
모르고 자나쳤을 텐데, 잠시 감상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엔 예대생을 여대생으로 읽어 더 흥미를 느꼈는데^^, 다 보고 다시 배너를 보니
그건 아니었다. 인문학에 관심 있는 디자인 동아리에서 준비한듯한 작품들은 대체로
예대생들답게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는 아니었고, 발랄하면서도 도발적인 접근으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흰색 바탕에 블랙과 레드 글자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차마 부르지
못하는' 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취업난 시대에 새 총장의 다른 직업으로 어울릴 만한 것들을 길게 열거한 작품에선
익살스럽고 재기발랄한 청춘들의 면모도 느껴졌다. 직접적인 투쟁 구호를 외치는 것
못지 않게 이런 간접적이면서도 뼈를 때리는 아이디어는 새롭게 보였다. 총장에게
주는 선물인듯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명함도 킥킥거리게 만들었다.
이 양반이 어떻게 생겼는지까지는 정말 관심이 없지만 학생들은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음~ 얼굴이 무슨 고생인가. 그가 이 일에 관해 취했던 입장이나 스탠스는
충분해 보이진 않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토릭이다. 죄송+반성>위법 은 공적 책임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학생들이 반대하고 저항하는 이유는, 그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I'm wandering > 영화, 전시회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0) | 2019.11.18 |
---|---|
팝콘 클래식 (2) | 2019.11.15 |
벌새 (0) | 2019.09.23 |
25초, 29초 영화제 (0) | 2019.09.03 |
KME 목관5중주 연주회 (0) | 2019.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