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모임에 4시간
Posted 2020. 7. 27.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추세 와중에 외아들을 장가 보낸 대학부 후배 선영이 결혼식에 와 준 그 또래 자매들(몇 년 전부터 8명이 모이고 있다)에게 고맙다며 한 턱 내기로 했는데, 이 역시 몇 차례 미루다가 지난 주말 분당 지나 오포에 있는 집으로 초대했다.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8명이 함께 모이기는 아직 조심스러워 집에서 차린 건데, 연락들 하는 걸 들어보니 판교역에서 만나 버스 타고 어쩌고 하는 것 같아, 어렵사리 돌아 돌아 가지 말고 데려다 주겠노라고 했다.
버스-지하철로 한 시간 반 정도 가서 다시 30여분 가게 하느니, 30여분 차로 데려다 주면 되니 무심코 던진 건데, 서로 모르는 사이들도 아니니(아내 또래들과 1-2년 후배들이니, 대학부 시절을 함께 보냈다) 식사를 함께 하고, 나는 주변에서 시간 보내다가 함께 돌아오는 걸로 얘기가 됐다. 여사님들의 대화에 서 기사는 빠져 주려 했지만, 졸지에 그들 중 하나로 간주되어^^ 내내 함께하면서 이런저런 수다에 동참하다 헤어질 때 몇은 판교역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다.
전에도 한 번 간 적이 있는 이 집은 15층 맨 꼭대기층이라 층고가 높고, 동쪽과 남쪽 창이 통창으로 시원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어 스카이 라운지 기분이 났다. 음식과 함께하는 이들 모두가 좋아 너댓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훌쩍 갔다. 확실히 매일 3만 마디씩 하신다는 여자들의 자녀, 건강, 은퇴, 보험 등 각종 수다는 그칠 줄 몰랐지만 투명인간 취급되면서 들어줄 만 했고, 돌아보니 이방인 남자 취급을 안 받고 그냥 그들 중 하나로 간주된 것 같다.
피노 와인과 하겐다즈도 곁들여 정성껏 차리기도 했지만, 케이크에 과일을 사 오기도 하고, 서로 작은 선물들을 주고 받는 재밌는 모임이었다. 때로는 서너 명씩 두어 그룹으로, 그러다가도 모두 하나로 끊임없이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는 여자들의 대화에 중간중간 끼는 재미가 있었다. 저 많은 음식이며 빵이며 과일이 소화되려나 했지만, 이런 게 오히려 대화를 촉진하는 훌륭한 매개인듯 싶었다. 아무튼, 만만찮은 여자들 여덟 속에서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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