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의견, 편집자 생각
Posted 2020. 9. 13.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두 해째 성서유니온에서 내는 격월간 <시니어 매일성경>을 책임편집하고 있다. <매일성경>과 동일한 본문을 조금 편하게 묵상하도록 돕는 책이다. 책별로 관련 분야를 공부하거나 검증된 필진을 섭외해 원고를 받아 내용을 검토하고, 분량과 스타일을 정리한 다음, 디자이너에게 넘기고, 마지막 교정까지 보면 책이 나온다. 시니어 세대들의 자연증가로 다행히(?) 출간 이후 조금씩 발행부수가 늘어나고(현재 만 부 정도), 구독하는 교회들도 여럿 생겼다고 한다.
가끔 독자들의 반응이 편집부로 오는데, 그 중 편집자의 설명이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을 전달 받아 가벼운 건 직접, 무거운 건 필자와 의논해 독자들에게 답메일 보낼 일이 생긴다. 며칠 전엔 9월 본문인 창세기 후반부 요셉 이야기 중에 궁금한 부분을 물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단 이런 문자나 메일을 받으면 뭔가 놓치거나 실수를 한 건가 하는 생각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이번 건 잘 풀려 필자 손을 거치지 않고 해결했다.
독자가 문의해 온 건, 온 땅의 기근으로 요셉의 형들이 양식을 구하러 애굽으로 내려간 대목인데(창세기 42:1-3), 꼼꼼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우리 필자께서 햇수를 밝힌 대목이었다: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 요셉이 애굽으로 팔려 온 후 22년이 지났습니다. 총리가 된 지도 9년이 지났고, 7년 풍년이 끝났습니다. 2년 기근만으로도 7년 기근을 모두 잊을 만큼 고단한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무대는 가나안 땅으로 옮겨져 있습니다. (9월 9일자)
해당 본문엔 흉년이 2년 지났다는 언급이 없는데,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성경도 그렇지만, 고대 문서에서 구체적인 숫자 언급은 조심스러운 법인데, 독자의 지적이 일리가 있어 보였다. 편집 과정에서 숫자를 빼고 두루뭉술하게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와 자책이 불청객으로 찾아왔다. 몇몇 주석과 자료를 봐도 딱히 언급된 게 없었다. 이럴 땐, 앞뒤 본문 훑어보는 게 장땡이다. 그래도 안 나오면 필자에게 물어야 하는데, 다행히 며칠 뒤 본문에서 실마리가 보였다.
요셉이 형들에게 신분을 드러내는 장면인데, "이 땅에 2년 동안 흉년이 들었으나 아직 5년은 밭갈이도 못하고 추수도 못할지라"(45:6) 이 부분에 기초해 필자는 풍부한 상상력과 친절한 학자적 수고로 당시 시점을 기근이 2년 지난 걸로 본 것이다. 몇 달 전 원고를 검토할 때 나도 햇수를 점검했을 텐데, 잊고 있다가 이번에 재차 확인하게 된 것이다. 독자분께 답메일을 보냈더니 감사하다는 답메일을 보내왔다는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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