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헬싱키 시내에 갔다 오자
Posted 2022. 9.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Finally Europe
핀에어는 13시간 비행 끝에 헬싱키 공항에 새벽 5시에 내려 주었다. 원래는 두 시간 쉬다가 파리 행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파리 드골 공항 관제사들의 파업으로 우리 비행기는 강제 취소되고 엉겁결에 15시간 경유하는 저녁 8시로 바뀌었다. 파리 첫날 일정은 날리고, 자정 가까이에야 겨우 파리 땅을 밟았다.
15년 전쯤에 미국 LA 공항에서 산호세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8시간 기다린 적이 있다. 미국 국내선이 휴스턴인가 라스베가스에선가 연결이 안 됐다며 두 번인가 세 번 출발 시간이 바뀌면서 속수무책 가다려야 했었다. 이번엔 자그마치 그 두 배다. 어쩌라고!
이렇게 된 바에 할 수 없다. 15시간을 하염없이 공항 안에서 죽치기보다는 북유럽 핀란드 땅을 밟고 시내 나갔다 오는 거다. 짐은 파리에서 찾울 거니, 8시 지나 입국 스탬프를 찍고 별 어려움 없이 공항을 나갔다. 공항 철도를 타고 30분 걸리는 중앙역에 내렸다(인당 4.1 유로). 아내는 처음엔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만류했지만, 기차를 타고 창밖 자작나무 풍경이 보이자 비로소 안도했다.
중앙역 일대를 걸어다니며 거리 구경도 하고, 서점도 가고, 브런치도 먹고, 몇 군데 샵도 들어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 기온이 10도에 차가운 비까지 내려 중간중간 건물 처마 밑에서 비 피하기를 반복했다. 역 근처를 반 바퀴 정도 돌아보고 1시 반쯤 다시 공항철도를 타야 했지만, 이참에 북위 60도의 헬싱키 구경하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막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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