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와 뿌리, 지하철 시 두 편
Posted 2024. 12. 2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어떤 시는 간단 명료한데다가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어서 무릎을 치게 만든다. 시래기의 탄생 과정에 대한 시인의 적나라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묘사는 손뼉을 치게 만든다. 그래, 시래기가 이런 존재였다가 다시 이런 존재가 되는 게지, 하는 긍정과 동감의 끄덕임을 하게 만든다. 시래기가 맛있는 건 이런 과정이 응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역 플랫폼에서 본 시는 바람에 쓰러져 뿌리가 뽑힌 잣나무에서 문득 자신을 발견하는데, 멀대 같았던 나무를 쓰러지게 할 정도라면 단순한 봄비가 아니라 태풍급의 위력이었을 것이다. 뿌리를 내린대로 당당하게 서 있을 땐 미처 몰랐던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찾아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시인들의 묘사와 표현을 통해 별 거 아닌 것 같았던 사물들이 생기를 얻기도 하고, 존재감을 갖게 되기도 하니 새삼 시와 언어의 힘을 느끼게 된다. 잘 안 가던 동네의 지하철역에 갈 일이 생기고 딱히 바쁘지 않으면, 열차를 한 대 정도 그냥 보내더라도 또 무슨 굉장한 시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플랫폼 끝에서 끝까지 걸음을 옮겨보곤 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시들이 말을 걸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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