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국후담
Posted 2011. 7. 1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지난주에 있었던 코스타에서 세미나 두 주제를 두 번씩 했는데, 준비하고 진행한 입장에서 간단한 국후담을 나눌까 한다. 혹시 세미나에 들어온 분이 있다면 청중 입장에서 리얼하고 솔직한 리뷰나 피드백을 주셔서 일깨워주시면 좋겠다.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Must Read 3 Giants
미국 코스타에서는 Christian Reading & Writing을 다루는 강사가 별로 없어 10여년 전 복상 시절부터 가서 다뤄 온 주제다. 예년에는 주로 책읽기(How to Read?) 개론을 했는데, 이번엔 내가 좋아하고 영향을 받은 세 저자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훑어보는 제목을 붙여봤다. 존 스토트에 유진 피터슨과 필립 얀시의 책 세계를 한 눈에 조망하는 주제로 보이니, 내가 참가자라도 손에 꼽고 눈에 들어올만한 토픽이었다.^^
그러나 서둘러 고백하자면 거기까지였고, 결과적으로 아쉬운 강의가 되고 말았다. 너무 목표가 커서였는지, 준비가 부족해서였는지 세 사람의 저작 목록들만 나열하다 만 느낌이 든다. 세 사람의 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사상이나 키워드들을 좀 더 붙잡고 씨름한 다음, 이들의 책을 읽어나가는 안내도까지 그렸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둘 다 거의 제대로 못 다루고 말았다.
사실 70-80분에 이들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제대로 분석하면서 정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구체적인 가이드보다는 이번에 했던 것처럼 작품 목록들만이라도 훑어보는 것도 일부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그것도 솜씨 있게 다루진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세 사람을 한 데 묶어보려는 시도가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르고, 한 사람씩 따로 작품 세계를 조명해 보는 것도 필요한 시도였겠지만, 그러기엔 내 욕심이 너무 과했고, 역량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그야말로 버전 1.0에 불과한 데모버전을 서툴게 공개한 셈이 됐는데, 앞으로 1.5, 2.0, 3.0 버전으로 계속 업그레이드시킬 책임을 진하게 느낀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같은 제목으로 소논문을 한두 편 쓴 다음에 책으로 발전시켜도 좋겠단 아이디어를 갖게 된 데서 위안을 삼기로 했다.
거기 그냥 서 있지 마세요(Don't Just Stand There!)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주제강의니 만큼 적어도 서너 명이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다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판에 혼자 커버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 세미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Growing Up Into Christ>라는 매력적인 주제는 얼마나 다룰 게 많은 주제인지 모른다. 영적 성장(Spiritual Growth, Spiritual Maturity, Spiritual Formation, Spirituality 등)과 관련된 내용은 그리스도인의 삶과 제자도(Discipleship)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본적이고, 구체적이고, 그 폭과 깊이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멋진 주제를 나 혼자 다룬다고? 뭔가 내가 잘못 짚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부터, 준비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덥썩 하겠다고 나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러면 불가불 일이 꼬이기 마련이다. 처음에 생각했던 Body Life만이 아닌 Basic Life와 Balanced Life를 추가해 부랴부랴 강의안을 보냈지만, 강의의 중심을 어디다 두어야 좋을지 판단이 안 서 이렇게 저렇게 내용과 접근을 붙였다 뗐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염려했던 대로 이 세미나는 역부족을 드러내고 말았다. 내가 충실히 준비했더라도 참가자들의 필요와 반응과 제대로 매치될지 몰랐을 상황에서 생각이 앞서니 이 얘기하다 저 얘기하는 식으로 변죽만 올리다 만 것 같다. 딴에는 기본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었지만, 중간중간 청중의 표정을 살펴보니 서로 매칭이 안 되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세미나는 취소하고 싶었을 정도로 자신이 없어졌다. 괜히 하겠다고 나선 자신이 무척이나 원망스러워졌다. 후회하고 자책한다고 엎어진 물을 담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건강을 위해 잊어버리든지, 무시하든지 해야겠지만, 한동안 피곤한 추억이 말 걸어 오는 것을 피할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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