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돌약수터의 다섯 친구
Posted 2012. 2.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곱돌약수터는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방향, 그러니까 검단산의 주등산로를 오르는 이들에겐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애니고에서 출발해 10여 분을 걸으면 호국사란 절과 갈라지는 검단산 주등산로를 만나는데, 예서 10여 분 더 오르면 벤치 몇 개와 개울이 흐르는 쉼터가 나온다. 등산 처음 시작할 땐 쉼터까지 갔다 오는 게 일차적 목표였다.
쉼터에서 다시 10분쯤 올라가면 드디어 왼쪽으로 구부러지는 길이 나오고, 여기서 10분 정도 대여섯 번 방향을 돌리면 중간 또는 2/3 지점에 해당하는 곱돌약수터다. 그러니까 쉬지 않고 오르면 30분에서 4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리에 슬슬 근육이 붙기 시작할 땐 여기까지 왔다가 내려가기도 했다. 애니고에서 2.2km 올라온 거다.
물 한 바가지 떠서 마시면서 목을 축이면 발 아래로 하남시와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시원하게 펼쳐지는데, 물론 거꾸로 해도 된다.^^ 한여름엔 비같이 흐르는 땀과 불같이 뜨거운 얼굴과 목을 약수터 옆 배수구의 시원한 물로 허푸허푸 씻어낼 수도 있는데, 이거 기분 끝내준다. 여기까지 오면 그동안 흘린 땀이 아까워서라도 잠시 쉰 다음 힘을 내 0.9km 남은 정상까지 갔다오게 마련이다.^^ 헬기장 지나 헐떡고개가 기다리긴 하지만 내 걸음으로 20분이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오랜만에, 올해 처음으로 곱돌약수터에 가 보니 안내 기둥이 새로 생겼다. 왼쪽 기둥은 전에도 있었는데, 두 기둥 사이의 차이점이 모호하다. 이왕 새로 만들려면 현위치, 그러니까 곱돌약수터의 해발 높이를 표기하면 좋았을 텐데, 이런 거 만드는 친구들이 등산을 별로 하지 않는지 정작 중요한 높이는 안중에 없고 그저 거리만 표시했는데, 센스가 아쉽다.
지난 5년간 한 달에 두어 번씩, 그리고 그 전 10년은 연례행사로 검단산에 다니면서 한겨울에도 곱돌약수터가 언 걸 거의 보지 못했다. 참 물줄기가 시원하고 맛도 좋다. 한여름엔 일부러 2리터 빈 생수통 두 개나 5리터 짜리 한통을 배낭에 넣고 가서 물을 떠 오기도 여러 번 했다.
약수터 옆엔 벤치가 몇 개 있어 지친 등산객들의 허리와 무릎 그리고 발을 쉬게 만든다. 그 옆에는 시계와 온도계, 거울과 플라스틱 물바가지가 가지런히 자리잡고 등산객들을 반겨주는데, 지붕까지 있다. 산 중턱에서는 하나같이 요긴한 물건들인데, 다른 산 약수터들에도 있겠지만, 이 다섯 가지를 고루 갖춘 약수터는 별로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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