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엔 보이차
Posted 2012. 2. 2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아침과 저녁으로 커피 한 잔씩 내려 마시다 보면 다른 차 마실 일이 별로 없는데, 그래도 가끔 차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 마시는 차가 보이차다. 이 차의 주산지인 중국 운남성에 사는 동생이 몇 해 전부터 가끔 하나씩 주어서 마시게 됐는데, 원반처럼 생긴 단단한 차 덩어리에서 조금 떼어서 빈 차통에 넣어두어었다가 반 스푼 정도씩 떼어 우려 마신다.
우려낸 첫 잔은 버리고 둘째 잔부터 마시는데, 원래는 작은 종지 같은 찻잔에 여러 번 따라 마시지만, 조금 감질나기도 하고 워낙 머그컵에 길들여져 있어 그냥 머그에 잔뜩 따라 마신다(보이차 마니아들에게 무식하다며 돌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집에서는 끓일 때 아예 많이 끓여 페트병에 담아 물처럼 마신디고도 하는데, 그보단 나은 것 같다.
차는 물과 온도가 중요하다는데, 딱히 음미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제대로 된 차맛을 모른 채 그냥 커피처럼 마신다고 보면 되겠다. 물을 리필해 다시 우려낼 때마다 차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두세 잔이 되도록 차 색깔과 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어떤 땐 마실수록 살짝 몸에서 땀이 난 적도 있다.
아침 저녁 황금시간대는 커피에 밀려 오후에 마시는 차가 됐지만, 계속 그러할지 아니면 차 마시는 취향에도 변화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커피에 길들여진 코와 입맛이 쉬 바뀔 리야 없겠지만, 커피 원두가 몹시 비싸진다든지, 건강 등의 이유로 커피를 줄이고 다향(茶香)에 끌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생산지에서는 그리 비싸지 않다는데, 한국에선 조금 비싼 차로 알려져 있어 종종 커피 안 마시는 손님이 오면 대접하곤 하는데, 보이차 싫다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심심해서 집에 남아 있는 걸 꺼내보니 모두 운남성에서 재배한 것 같은데 이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다음달에 동생이 오면 보이차 공부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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