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패턴
Posted 2012. 4. 25.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요즘은 꽃비가 종종 내리는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벚꽃비다. 바람에 날리는
하얀 벚꽃 아래선 누구나 영화 주인공이 된다. 때맞춰 부는 바람과 함께 벚나무 근방을
걷던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발걸음을 멈추고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바람의 때를 놓친
이들은 스스로 나무를 흔들어서라도 꽃비를 맞고 싶어한다.
빗물은 곧장 땅으로 스며들지만, 꽃비는 길바닥에 누워 이리저리 구르다가 돌틈이
눈에 띄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다. 거기엔 먼저 떨어져 나뒹굴던 친구도 와 있고,
이웃나라에 살던 노란색 개나리들도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이곳의 터줏대감은 이름
없는 풀인데, 이 모든 게 제 땅이라 울타리를 고집하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저절로 아무렇게나 떨어져 구르고 때론 밟히던 꽃비들이 돌틈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으니 그 어떤 작품보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패턴을 이루고 있다. 작품성으로 치면
어디에도 명함을 못 내밀겠지만, 자연미만은 단연 최고를 양보하지 않는다. 대충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지만 절묘한 조화에 눈이 편하고 마음의 경계도 사라진다.
꽃비가 덜 내렸거나 이미 지나간 돌길은 심심해 보이지만 반듯함을 잃지 않으려는 듯
열과 각을 맞추면서 채색의 화려함을 양보하고 무채색의 단순함을 선사해 준다. 꽃비가
내리면 시선과 관심을 잠시 빼앗기겠지만, 오래 보고 간직하기엔 역시 이런 패턴이 더
편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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