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와 네 개
Posted 2012. 4. 29. 00:05,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사인암으로 향하는 점심 산책길에 채 5분도 안 돼서 만나는 숲속 빈 터가 있다.
넓직한 공간에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쉼터로 불러도 되지만, 산이 막 시작되는 지점이라
쉬어가긴 너무 일러 늘 그냥 지나치는 곳이다. 등산객들보다는 저 나무들 뒤로 바로
연결되는 계원대학 학생들이나 동네 산보객들의 휴식처쯤으로 적당한 곳이다.
나야 점심 때나 들리는 곳이지만, 부지런한 주민들은 배드민턴을 치거나, 모여서
체조를 해도 될 만한 아늑한 공간이다. 넓직하고 평탄한데다가 숲까지 우거져 쉬어가기
좋아 전부터 벤치가 두 개 놓여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두 개가 더 생겨 네 개가
되었다.
폭이 좁고 나즈막하다. 추측컨대 이 자연 벤치들이 먼저 자리 잡았을 것 같은데, 좁고 긴
의자를 길게 늘어놓으면 보기도 그렇고, 혹 일행이 마주 보며 이야기하기도 불편할까봐
직각은 아니어도 서너 명 또는 너댓이서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도록 붙여놓았다.
왼쪽 둘은 제대로 된 벤치인데, 길이는 통나무 벤치보다 짧지만 폭도 넓고 쇠기둥
다리도 약간 높이가 있어 튼튼하고 편해 보인다. 일렬로 놓였지만, 다행히 한 쪽 땅이
조금 낮아 그리 단조로워 보이진 않는다. 이런 벤치는 여럿이 앉기보다는 한두 명이 앉아
쉬기에 좋아 혼자 오는 이들에게 사랑 받는데, 가끔 누워 잠을 청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방향에 따라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거나, 재료나 모양에 따라 일률적으로 나누지
않고 가운데 두 개를 모아 보니 덜 심심해 보이면서 은근히 잘 어울린다. 사이좋게도 자연
벤치와 인공 벤치 가운데로 길이 나 있다. 햇볕 좋은 날, 뭘 먹을까 고민 되는 날, 여럿이
도시락과 음료수 사 들고 와서 점심을 먹거나 혼자 책 한 권 들고 와 앉거나 누워서
책 읽다 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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