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전에 온 큰 작가들
Posted 2012. 6. 28.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
서울도서전에 큰 작가들이 왕림했다. 노벨문학상 100년 수상작가들의 특별전이 열려 주요 작품 초판본을 비롯해 관련 자료들을 전시해 놓은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고 많은 사랑을 받은 이는 헤밍웨이였다. 부스 앞 나무 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독서하는 동상을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의 사진 세례를 받고, 그 옆에 앉거나 서서 인증샷을 찍는 이들도 많았다.
문학에 조예가 깊지 못한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세계문학 몇 권을 읽고는 그후론 제대로 읽질 못했다. 그래서 고전이건 현대물이건 딱히 스토리를 기억하거나 인상에 남는 작품을 갖고 있지 않다. 요즘 출판사들이 예전보다 성의 있는 번역으로 읽기 좋게 만들고,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보기 좋게 고전과 문학 작품들을 새로 내고 있는데, 무지와 게으름을 반성하면서 몇 권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부스 안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눈에 띈 작가는 헤르만 헤세. 그의 서재를 사진으로 재현해 놓아 역시 많은 이들이 머물다 가게 했다. 그의 책은 그래도 몇 권 읽었는데, <데미안> 초판본을 유리 안에 전시해 반가웠다.
큰 작가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그래도 최근 2-3년 사이에 부쩍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마이크 센델 교수는 자신의 신간을 들고 내내 서 있었다.^^ 그의 정의론 강의는 EBS에서 몇 편 봤는데, 인상적인 것은 강의를 외워서 하고 차분하고 부드럽게 또박또박 했다는 것. 계단식 대형 강의장인데도 수업을 장악하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자세가 맘에 들었다.
실제로 서울도서전에 몸으로 온 이는 <흑산>의 김훈이었다. 역시 팬이 많았다.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강연장은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찼고 서 있는 이들도 많고, 나처럼 잠시 왔다 가는 이들도 많았다. 몇 분 동안 서서 들었는데, 글과는 달리 그의 말은 나를 매혹시키지 못했다. 하긴 작가가 글로 승부하면 되지, 말까지 능한 엔터테이너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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