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하루여행 3 - 화암동굴
Posted 2012. 8. 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정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동강, 가리왕산, 아라리, 레일바이크와 5일장 그리고 강원랜드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아니 안 들리면 서운한 곳이 바로 화암동굴이다. 원래 동굴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30도가 넘는 한여름엔 동굴 구경만한 것도 없어 빵과 쥬스와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간단히 하고 찾아나섰다.
입장료는 5천원이고, 입구까지 데려다 주는 모노레일이 2천원이다. 15분 정도 천천히 걸어 올라가도 되지만, 아침부터 뙤약볕을 걸을 일은 없었다. 내려올 땐 다른 출구로 나오기 때문에 모노레일이 필요 없다. 우리는 10시 전에 도착해서 바로 여유 있게 탔지만, 동굴 구경을 마치고 나와보니 단체여행객들이 많아 한 시간은 기다리는 것 같았다.
화암동굴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원래 금광이었던 흔적을 보여주는 4백 미터 정도의 잘 꾸며진 땅굴 같은 탐방로를 구경한 다음 지하 깊숙하게 연결된 철계단을 한참 내려가면 넓은 종유굴로 연결된다. 전체 길이는 2km 남짓 되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탐방로는 편하게 걸으면서 볼 수 있었지만 밋밋하고 심심했다. 입장료가 5천원이라 생각보다 싸다 싶었는데 이유가 있지 싶었다. 아이들을 위해 도깨비 캐릭터로 금 채굴 과정을 묘사해 놓은 동화적 공간도 있다. 금 나와라 뚝딱이 아니라 도깨비들도 금을 채굴하느라 힘들었겠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게 어디냐를 위안 삼아 빨리 나가야겠다 하던 차에 지하로 향하는 긴 계단이 나왔다. 경사가 제법 되고 몇 번 꺾어지면서 짧은 편은 아니어서 사람에 따라선 약간의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그런데 화암동굴의 진면목은 지하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 갑자기 종유석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꽤 넓은 뻥 뚤린 지하광장이 나오는데, 그 스펙터클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5천원 받고 들여보낼 공간이 아니었다. 까탈스러운 나도 2만원은 기꺼이 낼 수 있을 정도로 볼거리가 많고 멋진 공간이었다. 그야말로 횡재한 기분이었다.
빛이 절대적으로 적은 동굴에선 사진은 그 분위기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이런 데서 플래시를 마구 터뜨리는 건 매너가 아니다. 똑딱이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동굴에선 가급적 사진을 찍지 않아야 하는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눈으로, 마음으로 우리 가까이 있는 화암동굴을 담아두었다. 다른 걸 떠나 이거 하나 보러 가는 재미만으로도 정선은 여행할 만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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