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이정표
Posted 2012. 10.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네비게이션이 나오기 전에 어딜 가려면 인터넷으로 목적지 지도를 뽑아 가는 길을
확인해 보곤 했는데, 산길에서 간이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게 이정표다. 요즘 웬만한
산은 방향과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를 잘 세워놓아서 나같은 길치들에겐 아주 요긴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런데 이정표들은 주요 능선이나 길목에 세워놓기에 간혹 갈림길을 만나거나 약간
헷갈리는 길에선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를 망설이게 한다. 팔당역에서 예봉산에 오른 후
율리봉 지나서 율리고개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나즈막한 오르막길이
나온다. 한쪽은 운길산역이나 양수리 방향인 조안으로 가는 길이고, 다른 쪽이 예빈산과
팔당역으로 가는 율리고개 방향인데, 잘 구분이 안 가게 돼 있다.
초행길의 등산객들은 한두 번쯤은 방향을 잘못 잡아 엉뚱한 길로 가기 십상인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산길지기 중 한 사람이 작지만 요긴한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집에서 준비해
온 듯한 한 뼘 약간 넘는 작은 흰색 판대기에 매직으로 두껍고 선명하게 지명과 화살표를
그리고, 주변에서 구한 고목을 기둥삼아 끈으로 위 아래를 단단히 묶은 다음 땅에 박고
넘어지기라도 할세라 큰 돌로 지지해 놓았다.
이이의 마음씀씀이와 수고는 팻말 위에 지붕을 얹고 돌로 눌러놓는 섬세한 친절로 절정에
달하고 있는데, 이로써 다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멋진 안내판이 만들어졌고, 이 곳을
지나는 등산객들이 그 수혜를 입게 됐다. 글씨도 잘 썼고, 화이트와 블랙의 조화도 멋지며,
가운데에 그려놓은 선에도 포인트를 주어서 작품이 됐다.
확인해 보곤 했는데, 산길에서 간이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게 이정표다. 요즘 웬만한
산은 방향과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를 잘 세워놓아서 나같은 길치들에겐 아주 요긴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런데 이정표들은 주요 능선이나 길목에 세워놓기에 간혹 갈림길을 만나거나 약간
헷갈리는 길에선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를 망설이게 한다. 팔당역에서 예봉산에 오른 후
율리봉 지나서 율리고개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나즈막한 오르막길이
나온다. 한쪽은 운길산역이나 양수리 방향인 조안으로 가는 길이고, 다른 쪽이 예빈산과
팔당역으로 가는 율리고개 방향인데, 잘 구분이 안 가게 돼 있다.
초행길의 등산객들은 한두 번쯤은 방향을 잘못 잡아 엉뚱한 길로 가기 십상인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산길지기 중 한 사람이 작지만 요긴한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집에서 준비해
온 듯한 한 뼘 약간 넘는 작은 흰색 판대기에 매직으로 두껍고 선명하게 지명과 화살표를
그리고, 주변에서 구한 고목을 기둥삼아 끈으로 위 아래를 단단히 묶은 다음 땅에 박고
넘어지기라도 할세라 큰 돌로 지지해 놓았다.
이이의 마음씀씀이와 수고는 팻말 위에 지붕을 얹고 돌로 눌러놓는 섬세한 친절로 절정에
달하고 있는데, 이로써 다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멋진 안내판이 만들어졌고, 이 곳을
지나는 등산객들이 그 수혜를 입게 됐다. 글씨도 잘 썼고, 화이트와 블랙의 조화도 멋지며,
가운데에 그려놓은 선에도 포인트를 주어서 작품이 됐다.
너무 난립하지 않을 정도로 이렇게 개인이 만든 요긴한 이정표들이 있으면 좋겠다. 초행길에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다가 이걸 발견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반가울까. 다음 번엔 율리고개로
올라와 예봉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이 지점에서 운길산역이나 양수리 방향으로 난 길을 조금
걸어봐야겠단 엉뚱한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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