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이 한 쪽 봉우리를 가린 예봉산
Posted 2018. 7.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6월 말에 시작된 장마가 7월 초로 이어지고 있다. 16강전에 돌입한 월드컵 중계로 오랜만에
자정을 넘겨 잠이 들어 새벽 기운에 눈이 떠졌다. 창밖을 살피니 굵은 비가 잠시 주춤해지면서
식탁 창밖으로 보이는 예봉산 줄기가 반쯤 비구름 물안개(8/20/14)로 덮여 있었다. 주방 쪽창에
카메라를 놓고 원경으로 한 번 근경으로 한 번 찍어봤다. 주변 아파트들에 가려서 답답해
보이지만, 그런대로 눈길을 잡아 끄는 풍경이다.
예봉산 줄기이긴 해도 적갑산인 것 같은데, 원래는 좌우 봉우리가 함께 보여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하는 산이다. 오른쪽 봉우리가 거의 안 보이고, 대신 산 뒤에서 또 다른 구름산을
이중으로 만들고 있었는데, 6백 미터대의 고만고만한 동네산을 이럴 때만이라도 벗어나 천 미터대
테이블 마운틴(10/28/10)처럼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런 식이라면 또 그 뒤엔 조금 희미하긴
해도 2천 미터대의 구름산 봉우리가 펼쳐져 있는 셈이다.
이런 풍경을 집안에서만 부분적으로 보기 아까워 약수도 떠올 겸 차에 올라타 제대로 볼 수
있는 지점을 두리번거렸다. 공간이동해 맞은편 검단산 중턱 한강변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라면
딱 좋을 텐데, 지금 이 시간 이 날씨에 게까지 가는 건 무리일 테고, 팔당댐 못 미쳐 한강을
사이에 둔 갓길도 좋겠지만 그쪽은 각도가 달라 산구름 모양이 어떨지 장담할 수 없고, 그 사이
행여 구름이 걷힐까봐 운전하면서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며 눈에 넣어 두는 데 만족했다.
그래도 그냥 돌아서기가 못내 아쉬워 약수터 안쪽 길 어느 카페 텅 빈 주차장에 잠시 서서
풍경을 잡는데, 전깃줄이 자기도 끼어 달란다. 두어 바퀴 천천히 도는 사이에 변화무쌍한 산은
구름을 걷어내면서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저 구름산 속으로 들어가 뿌연 산길을 걷는데
슬슬 물안개가 걷히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좋아하는 곳 - 검단산 전망대 (0) | 2018.07.28 |
---|---|
개망초 동산과 염소 한 마리 (0) | 2018.07.21 |
단단한 나무못 (0) | 2018.06.12 |
남한산성 암문 (0) | 2018.06.06 |
견고한 철격자못 (0) | 2018.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