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풍경
Posted 2021. 5.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산곡천을 따라 한강변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강변에 길게 숲이 펼쳐진다. 한강변이 개발되기 전부터 자연스레 형성된 곳인데, 버드나무를 위시해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강가와 거리를 두도록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대가 낮아 여름에 홍수가 나면 나무 중간까지 물이 잠기곤 한다.
중간중간 팻말을 세워놓는 정도로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진 않지만, 통상 들어가지 않고 바라보는 걸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돼 있어선지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이 숲길 풍경은 아주 자연스럽고 약간 원시적이기도 하다. 새벽녘 또는 이른 저녁에(5/16/20) 산책을 하다 보면 이 숲은 구간마다 풍경이 다른데, 어떤 곳은 약간 몽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른 시설이나 특별한 꾸밈 없이도 그저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가을철에도 참 좋은 풍경이 펼쳐지는데(10/19/20),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산과 강 주변을 걷고 이런 풍경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가 바꾼 생활상 속에서 이런 풍경들이 큰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