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긴자(銀座)역에 도착하자 지붕에 확성기를 단 선거유세 차량들이 거리를 달리며 연설하고 손을 흔들어대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 풍경부터 만났다. 21일에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유세 차량들인데, 어디가 여당인 자민당이나 공명당이고, 야당인 민주당과 기타 군소 정당들인지 알 수 없지만, 신문과 TV는 아베가 이끄는 여당이 개헌선 확보까지 가능한 압승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후보를 알리는 벽보가 우리와는 달랐는데, 번호를 길게 달아 놓고 그 위에 후보사진과 구호를 담은 정사각형 컬러 벽보를 붙여 놓았다. 무슨 빙고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비어 있는 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18번 야마모토처럼 읽을 수 있는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름 읽기도 어렵다.

다른 동네에서 본 벽보엔 예쁘장하게 생긴 여성후보가 마이크에 대고 지지와 선택을 호소하는 사진이 있었다. 정당 이름으론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고 웬지 신흥종교 분위기를 풍기는 행복실현당의 비례후보 2번인 모양인데, 지역구는 안 돼도 비례는 행복당을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듯 했다. 사진을 줌인하니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서라! 자고로 정치인의 눈물은 표를 달라는 그때뿐, 믿을 게 못 된다. 자세히 보니, 눈물이 아니라 빗물이었다.^^
   

7월 4일부터 나흘간 가족여행으로 됴쿄에 갔다 왔다. 됴쿄에 머무는 동안 지하철을 많이 탔는데, 우리보다 많이 걸려 있는 다양한 광고들 가운데 계속 시선을 끈 건 시사주간지 광고였다. 피겨 스타 안도 미키가 극비리에 출산했는데, 아이 아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싱글맘이 됐다는 뭐 그렇고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하철 통로 벽면에 좀 더 낯이 익은 피겨 스타가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미키보다 더 유명한 아사다 마오였다. 

이 둘은 지난 몇 년 간 일본은 물론 세계 피겨계를 주름잡으면서 지금도 톱 랭커로 분류되는 유명 선수들이지만, 김연아가 나오면서 둘 다 2-3위 또는 그 아래로 순위가 밀려야 했다. 사실 우리는 김연아 하나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일본은 이 두 선수 외에도 선수 풀이 넓고 오래 된 피겨 강국이다. 그러니 이들이 나오는 광고에 열광하고, 사생활에 일거수 일투족 파파라치 같은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미키는 한물갔고, 마오도 더 이상 연아의 적수가 못 돼 내년 소치올림픽에선 김연아의 2연패가 유력하다는 분석이 대체로 우세하지만, 누가 시상대에 오르느냐는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라, 긴 준비 과정부터 아이스 링크에서의 한 순간 한 순간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릴과 묘미가 있기 때문에 누구를 응원하든 쉽게 열 받지 말고 포커 페이스를 하고선 골고루 박수를 쳐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미키와 마오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