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산책, 시선집중
Posted 2016. 5. 2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Oisii Japan
견공들의 아침 행진이다. 다섯 마리나 되는 식구들을 노인 한 분이 줄에 매어 가장자리 차선을 유유히 걷고 있었다. 아직 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는 새벽 시간 에비스초 지하철역 근방에서 마주친 행렬인데, 출근을 서두르는 현지인들과 셔터를 올리며 아침 장사를 준비중인 상점들 사이로 모든 풍경이 신기한 관광객 눈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선물이었다.
정정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개들이 앞장서고, 노인은 그 힘에 의지해 걸음을 옮길만도 했지만, 오래된 익숙한 일인듯 앞장서서 개들을 이끌고 있었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신기해하며 쓰다듬으려 하는 것을 일일이 응해주고 있었다. 크기도 품종도 다른 개들 같았는데, 키우는 게 장난 아닐 것 같았지만 노인의 표정에선 넉넉함이 느껴졌다.
거리를 거니는 견공들이 있으면 신기해 하고 좋아라 하는 건 현해탄 건너서만 아니라 태평양 건너서도 마찬가지다. 5년 전 한여름 시카고 다운타운을 인파 속에서 걷다가 사람들이 빙 둘러서 앉거나 서서 신기하게 바라보는 게 뭔가 하고 다가서니, 집채만한 견공 둘이 길바닥에 배를 깔고 눕듯이 앉아 있는 풍경이었다. 가운데 모자 쓴 이가 주인인데,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몰려들자, 뭐 이 정도를 갖고, 하며 약간 겸연쩍은 표정이었다.
개가 있는 풍경 하나 더. 압도적인 높이의 레드우드 나무들로 유명한 산호세 레드우드 주립공원 Big Basin Redwood State Park (8/20/14) 에서 간단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벤치에 앉아 양쪽으로 개를 앉히고 느긋하게 쉬고 있는 이가 보였다. 노인과 바다도 아니고, 노인과 개쯤 되는 풍경인데^^, 더할 나위 없이 느긋해 보였다. 가운데 앉아 줄을 쥐고 있는 노인도, 양쪽을 바라보면서 주인과 함께하는 똘똘해 보이는 견공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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