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하루여행 3 - 동강 잣봉 산행 그리고 어라연
Posted 2012. 10.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강원도는 산이 많다. 산이 많은 곳에 가면서 산행을 안 하면 좀 서운하다. 영월에서 dong님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건 동강 어라연이었는데, 여길 제대로 조망하려면 잣봉이란 봉우리에 올라야 해서 동강변에 있는 산을 찾았다. 로즈마리와 forest님은 산행 대신 동강변을 걷기로 해서 남녀유별 타임이 됐다.^^ 몇 가구 안 사는 작은 마을을 지나니 입구부터 오르막 계단이다.
길다면 길고, 아니라면 아닐 정도의 제법 경사진 오르막길이 이어졌다. 점심 때 모락산 사인암 올라가는 것이나 산곡에서 검단산 약수터 올라가는 것보단 조금 수월한 편이었는데, 무거운 카메라를 멘 dong님은 땀을 흘리면서 약간 숨차 했다. 밧줄이 설치돼 있는 게 오르막 경사가 꽤 된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만 힘든 게 아니었다. 잣봉의 키 큰 소나무 하나도 사는 게 힘들었는지 정도 이상으로 휘어져 굉장한 웨이브를 연출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리 구부러졌다가 다시 몸을 꼿꼿이 세워 이 풍진(風塵) 세월을 감내해 냈을까.
잣봉 가는 길엔 군데군데 유난히 산악회 리본이 많이 매여 있었다. 얼추 세어봐도 이십 개는 넘어 보이는데, 앞에 간 팀이 매놓으면 나중 온 팀들도 같은 가지에 매어다는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게 있나 보다. 그만큼 여길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일 게다. 색색의 리본이 한데 어울려 바람에 날리는 것도 볼만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야매목장 것도 하나 준비해 올 걸 그랬나 보다.^^
쉬엄쉬엄 걸어서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잣봉 정상에 이르렀다. 봉우리 이름이 재밌는데, 높이는 537m이며, 주차장부터 2.5km쯤 됐다. 어라연까지는 급경사 1km를 내려가야 하는데, 우린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왔다. 정상 조금 못 미쳐서 전망 데크가 나오는데, 나무들이 앞을 가려 좋은 전망을 확보할 수 없었다. 전망 데크와 정상 사이에 있는 바위에서 어라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어라연(魚羅淵)은 동강의 한 부분인데, 모양새가 특이하고 경치가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잣봉에서 바라본 어라연은 나름대로 멋진 풍경이 전개됐지만, 아주 대단해 보이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첫째는, 전망대 위치가 가진 한계 때문인데, 아래 안내판에 나오는 것 같은 멋진 풍경을 보려면 건너편 산 중턱에서 찍어야 했다. 저 악어등 같은 그림을 가운데로 나오게 했어야 하는데, 우린 반대편에서 모래섬 위주로 봤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와 유사하면서도 훨씬 스펙터클이 큰 곳을 몇 달 전에 봤기 때문이다, 미국 그랜드 캐년에서 가까운 콜로라도 강에 말발굽 모양의 Horseshoe Bend(7/27/12) 지형이 데자뷰인 양 생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형과 주변 구성요소 등의 차이로 단순비교는 곤란하겠지만, 잣봉에서 내려다본 어라연은 우-와-를 연발케 할 정도는 아니었다.
원래 dong님이 계획한 코스는 차로 조금 더 걸리는 문산리로 가서 잣봉을 반대 방향에서 오르는 5시간 정도의 산행이었다는데, 이렇게 두 시간 정도로 줄인 게 결과적으로 계속 좋은 컨디션으로 영월의 여기저기를 운전하고 걸으면서 구경하는 데 적당했던 것 같다. 다슬기도 먹고, 산에 올라 동강도 봤으니, 이제는 영월 산골짜기에 사는 사람들 구경을 나서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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