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 트레킹7 - Horseshoe Bend
Posted 2012. 7. 27. 18:34, Filed under: I'm traveling/Wow! Grand Canyon데저트 뷰에서 난데없는 비를 만나 젖은 채로 차에 올랐지만, 애리조나의 강렬한 햇볕은 금세 눅눅했던 실내를 말려주고, 다시 이글거리는 햇볕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오늘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로 향하게 했다. Shiker님이 숙소로 가는 길에 자신도 아직 보지 못한 멋진 곳이 있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데저트(desert) 같은 모랫길에서 사막의 순례자가 됐다.
간간이 오고 가는 이들이 보이는 걸로 봐서 정말 뭐가 있긴 있나 보다. 다섯 시쯤 됐을 땐데도 태양의 기세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발목까지 빠지는 붉은 모래사장을 달구고 반사해 뜨거움을 더해주었다. 뭐가 있나 보러 가고는 싶은데, 푹푹 빠지는 발걸음은 되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진퇴양난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정수리는 뜨겁고, 발걸음은 더디고, 목은 마른데, 주인공은 아직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랜드 캐년의 장관을 봤는데, 뭐가 더 있으려나 하고 뒤돌아보니 저 멀리 주차장이 코딱지 같이 보이고, 길은 보일락 말락 한다.
g와 Shiker님이 나란히 걷고 있다. 우- 와- 포인트까지 내려갔다가 올라 온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은 뭐지? 오늘 완전히 미국 서부가 보여주는 한여름 종합선물세트를 톡톡이 받는구나. 아주 완만하지만 그래도 살짝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중간대기소 같은 원두막이 있었는데, 게서 쉬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계속 Go다.
3/4마일이니까 1.2km를 걸어왔는데, 보통 길이었다면 반밖에 안 걸렸겠지만 머리 위나 발 아래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타박타박 족히 30분은 걸은 것 같다. 드디어 사람들이 멈춰 서 있는 지점에 이르렀다. 땅이 쑥 꺼진 지형인가 보다. 도대체 아래에 뭐가 있지?
이.거.였.다!!! 또 다른 우- 와- 포인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말발굽(Horseshoe)처럼 생긴 거대한 암벽 주위를 그랜드 캐년을 타고 흐르던 콜로라도 강 지류가 270도 휘감고 흐르면서 문자 그대로 절경(絶景)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강물까진 자그마치 300미터의 고도 차가 있었다.
우~ 와우! 교회에서 노래 부를 때도 흥이 나야 살짝 들까 말까 한 내 손이, 양팔이 저절로 번쩍 들어올려졌다. g가 컨디션이 좋았다면 이쪽 저쪽으로 움직이며 각도를 잡아 뒤에 보이는 말발굽을 내 손바닥 위에 얹는 신공을 발휘했겠지만, 이 정도만이라도 사실적으로 묘사해 준 걸 감사해야지.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슬슬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기본 촬영을 마친 사람들이 여기저기 암벽 위에 올라가 앉거나 서서 또 다른 뷰를 구경하면서 스스로들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마침 저 아래로 작은 배 한 척이 콜로라도 강을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그림이 따로 없다. 앵글을 어디다 돌려도 그럴듯한 그림이 나온다.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이들은 그냥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하나도 빠질 것 없는 모델이 되었다.
한참을 구경했으니, 이제 다시 내려가야 한다. 다시 30분의 모래밭이다. 기진맥진했던 올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저기 어디쯤에서 일생일대의 점핑샷(7/20/12)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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