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
Posted 2013. 1. 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로토루아 컨트리 산장(Rotorua Country Lodge)엔 크고 넓은 목장이 바로 붙어 있어 하루 머무는 동안 동물농장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 중 사슴처럼 보이는 눈이 크고 튀어나온 녀석이 다가오더니 유유히 고개를 돌려 제 엉덩이를 핥기 시작했다. 한 번은 왼쪽으로, 다음엔 오른쪽으로 긴 목을 돌리는데, 목뼈의 유연성이 대단했다.
저 정도면 180도는 기본이고, 그 이상도 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는데, 도시에서 자라 도무지 이런 풍경에 익숙치 않은 나로선 그저 감탄을 연발하면서 혀가 나올 뿐이었다. 몸체에 비해 가느다란 다리가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이 녀석의 좌우 목 돌리기 유연성 테스트 겸 환영 쇼는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했다.
스스로 돌아볼 때 고루할 정도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활발하고 활달한 유연성은 잘 갖추지 못하고 기르거나 훈련하지 못한 덕목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부드러운 유연성, 변화를 수용하는 넓은 마음을 구비하지 못했다. 단적으로 나타나는 게 성급하고, 짜증을 잘 내고, 쉽게 욱하고, 잘 참지 못하고, 생각이 비교적 단선적이라는 게 그 증거일 테다. 의외로 말이나 생각에 여유가 별로 없다는 게 그 반증일 테다.
로토루아 사슴의 유연한 목놀림을 보면서 좀 더 유연성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써 놓고 나니 대학 시절 했던 SLA가 생각이 난다. What I See, What I Learn, How do I Apply 말이다. See-Learn-Apply의 앞 자를 따서 SLA라고 불렀다. 일상생활 속의 관찰 훈련에 좋은 도구가 되는데, 적용이 약간 부족하긴 해도 이런 방식의 관찰-해석-적용 훈련이 다시 몸에 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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