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실용적인 반쪽 통나무 벤치
Posted 2013. 1.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웰링턴 이스트본에 있는 산에 오르던 중 낡은 벤치가 눈에 띄었는데, 다른 데서 보던 것과 여러 면에서 달라 보였다. 우선 등받이와 앉는 부분이 연결돼 있지 않아 약간 불안해 보였지만, 따지고 보면 벤치란 데가 꼭 기대 앉으란 법은 없고, 기대더라도 장시간 머물러 있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고, 그저 가볍게 잠시 앉아 쉬기엔 별 불편이 없을 것 같았다.
등받이도 한 칸, 앉는 부분도 두 칸에 불과해 다른 벤치들에 비해 재료를 반 이상 절약한 것도 특이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요즘 우리나라 산이나 공원의 벤치들은 너무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멋지게 만드나 이렇게 대충 만드나 벤치로서의 기능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두 칸밖에 안 돼 폭이 좁아서 눕기엔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거야 옆에 있는 잔디에 누우면 그만이니까.
사진을 찍으려 다가서면서 놀랐던 것은, 나무를 반으로 갈라 반만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등받이와 앉는 곳은 물론이고, 기둥과 받침으로 사용한 나무도 죄다 반쪽이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나무들의 천국 뉴질랜드에 나무가 모자라서였을 것 같진 않고, 아마도 꼭 필요한 만큼만 쓰고 절약하려는 의도가 읽혀졌다.
실제로 앉아보니 다른 벤치들과 같은 느낌이었고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돼 보이고 고색창연한 느낌이 나쁘지 않게 다가왔고, 주변의 소박한 풍경과 잘 어울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쯤 되면 거기 늘 있는 산이나 거길 찾는 이들이나,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벤치나 이미 하나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나마 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컸다.
'I'm traveling > Kiwi NewZeal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Piha 해변 (4) | 2013.01.14 |
---|---|
두고 왔던 커피 (4) | 2013.01.10 |
유연성 (4) | 2013.01.02 |
귀여운 폴모 (2) | 2012.12.30 |
Waikite Valley Spa (2) | 2012.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