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유저가 되다
Posted 2013. 7.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4년 가까이 잘 쓰던 핸드폰이 드디어 맛이 갔다. 지난 겨울부터 슬슬 동작이 안 되는 부분이 생기다가 한두 주 전부터는 아예 자길 잡아 잡수라고 널부러져 버리기에 이르렀다. 스마트폰 전 세대 2G폰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터치폰인데, 시동 버튼들이 주인의 손가락을 보이코트, 사보타지 하면서 불통에 먹통이 돼 스스로 폐기처분을 기다리는 iami 물건사에 없던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니까 아침 6시에 맞춰 놓은 알람도 울리고, 전화가 오거나 문자가 오면 왔다는 신호는 보내면서도 막상 받거나 내용을 확인하려 들면 뭐 김태희도 아닌 것이 단호히 제 몸 만지기를 거부하는 도저히 용서 못할 중죄(重罪)를 겁도 없이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태연히 저지르는 중대도발을 감행해 온 것이다.
그래도 그 동안 함께해 온 정이 있어 마지막 수단으로 혹시 액정보호 필름이 기능을 못하도록 막는 건 아닌가 해서 떼어내고 해 봤는데, 역시 한 번 막 나가기 시작한 게 백약(百藥)이 무효였다. 괜히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멀쩡해 보이던 둘 사이만 지저분하게 갈라놓는 형국이 됐다. 서비스 센터에 수리를 의뢰할 수도 있지만, 때가 차매 오래 버텨 온 스마트폰 세계로의 입문을 등 떠미는 걸로 운명인양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기로 했다.
Anyway, 당연한 명분을 득한 나는 의기양양하게 사무실 앞 휴대폰 가게 중 하나로 들어가서 아이폰5 가격과 요금 조건이 어찌 되냐고 들이댔고, 머리 허연 50대가 갤럭시나 옵티머스 내버려 두고 아이폰 찾는 게 약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성실하게 리즈너블한 가격대를 제시한 여직원과의 협상을 순탄하게 마치고 7월 18일부로 스마트폰 세계, 그것도 아이폰 세계로 문을 두드리게 됐다.
그 동안 스마트폰 없이 어찌 살았냐고? 뭐, 약간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살만 했다. 카톡은 아이패드로 대신했고, 각종 현란한 어플엔 짐짓 관심 없는 척 하고 초연한 척 했지만, 사실 약간 궁하고 아쉬울 때도 있었다. 남들 다 사는 거 진작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그놈의 우유부단함과 망설임 그리고 근거없는 느긋함으로 버티다가 더 이상 빠져나오기 어려운 코너에 몰려서야 발길을 옮긴 것이다.
사실은 은근히 기계맹이기도 해서 새 기계가 생기면 활용의 즐거움보다는 설치나 조작의 어려움과 번거로움으로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도 하는데, 그래서 여태 잇몸으로 버텼는지도 모르겠다. 아이폰 유저인 g가 유용한 어플들을 깔아주면서 설명해 주었지만, 들을 땐 알 것 같더니 역시 어떻게 쓰는 건지 아직 많이 낯설다. 또 키보드는 왜 그리 작아 오타가 자꾸 나는지.. 늘 그랬듯이, 이것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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