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와 여유
Posted 2010. 5. 20. 14:57,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사월이 꽃을 피웠다면, 오월은 나뭇잎을 채색했다고 할 정도로 오월 들어 산길의 나무들은 저마다
초록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있다. 꽃은 가까이 가야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데 비해, 나무는 멀리서
봐도 그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오월도 중순이 거의 끝나가는 요즈음 산길을 걷다 보면 대부분 작년 이맘때의 푸르픔을 거의 회복해
저 멀리 드러나 있던 능선이 어느새 숲속에 가려 안 보이기 시작한다. 한두 달 뒤 한여름이 되면
녹음은 더욱 빽빽해져 걷다가 눈을 들어 하늘이라도 볼라치면 울창한 나무에 가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푸른 하늘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지친 걸음을 재촉해 능선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군데군데 아직 푸른 잎파리를 내지 않은 벌거숭이 나무들이 눈에 띄어, 이 친구들 아래 서면
아쉬운대로 탁 트인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틈새라고 하기엔 조금 크지만, 그래도 사람이나
세상이나 이런 틈새들이 보여야 여유가 생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I'm wandering > I'm a pedestri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휴 사흘 산행 (2) | 2010.05.24 |
---|---|
대세는 제주 올레 (2) | 2010.05.22 |
등산 찌라시 (8) | 2010.05.19 |
내 친구 미루나무 (4) | 2010.05.18 |
예봉산 물푸레나무 (2) | 2010.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