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양평 청계산
Posted 2014. 1.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청계산(淸溪山) 하면 보통은 서울과 성남, 과천, 의왕 언저리에 있는 산(618m)을 떠올리지만, 수도권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산이 두 곳 더 있다. 양평에도 있고(658m), 아직 가 보진 않았지만 포천 일동과 가평 하면에 걸쳐 또 다른 청계산(849m)이 있다고 한다. 산 이름이 워낙 흔하고 부르기 쉬워 모르긴 해도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엘 가도 몇 군데는 더 있을 것이다. 백운산(白雲山)이 그렇듯이 말이다.
양평 청계산은 국수역에서 굴다리 지나 마을로 들어가 1km를 채 안 걸으면 등산로가 시작되는데, 다른 산에 비해 이렇다 할 힘든 구간 없이 평탄한 편이다. 무척 쉬운 동네산인가 보다 하겠지만, 세상사 쉬운 일은 없는 법, 함정이 있다. 국수역에 주차하거나 국철로 온 다음 왕복 등산에 거의 10km를 걸어야 하니, 근교 산치고는 등산로가 조금 긴 편이다.
이 산의 특징은, 요즘 웬만한 산에는 다 있는 워킹 보드는 물론 그 흔한 나무 계단이나 돌계단, 철계단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2/3 지점에 있는 형제봉이 507m이고, 정상은 그보다 150m쯤 더 높아 인근 팔당 일대에 있는 검단산이나 예봉산, 운길산 등과 비슷한 6백 미터대 산이니 그리 낮은 산이 아닌데, 등산하는 내내 흙땅만 밟게 되는 희한한 산이다. 그만큼 흙길 등산로가 잘 나있고, 끈기와 시간만 있다면 수월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코스가 수월하기도 하지만 봄 가을엔 나무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아내도 이 산을 좋아해 함께 몇 번 왔었는데, 지난주 토요일엔 혼자 겨울 청계산을 찾았다. 한강을 지나 팔당과 양평에 있는 이름난 산들에 비해 찾는 이들이 적어 아주 호젓한 겨울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겨울 산행인지라 보온병에 페퍼민트 차를 우려내 담아 갔는데, 정상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언 몸과 많이 걸어 피곤한 다리의 피로를 덜어주었다.
국수역에서 거북이 약수터와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오는 국수봉을 지나 1차 산행 목표점인 형제봉까지 한 시간 정도, 정상까지도 두 시간이 채 안 걸렸다. 여름이나 다른 계절에 오면 중간중간 땀을 닦거나 숨을 돌려야 해서 조금 더 잡아야 하지만, 그래도 험한 코스가 없어 마음 잘 맞는 동행이나 혼자라도 다리힘만 있으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는 산이다.
한강을 끼고 있고 주변 산세도 좋아 형제봉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뷰(view)는 인근 다른 산들에 뒤지지 않는다. 형제봉엔 벤치를 갖춘 전망 데크 두 개가 방향과 높이를 달리하면서 설치돼 있고, 정상부도 넓고 확 틔어 있어 등정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숨가쁨을 달래며 쉬었다 가기 좋다. 정상에 오르면 다른 두어 방면에서 올라오는 코스를 볼 수 있는데, 거긴 아직도 눈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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