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산성이 보이는구나
Posted 2010. 6. 3. 10:18,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투표를 마치고 혼자 고골에 다녀왔다. 늦은 오후와 저녁 시간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영화 보고 식사하기로 해서 두 시간 남짓하게 다녀와야 했다. 산성 둘레길은 다음에 아내와 같이 걸으면 되니, 이럴 땐 북문 가는 길에 옆길로 들어서서 시간 되는 대로 고골의 숲길을 걸으면 딱이다 싶었다.
북문까지 200미터라는 표지판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니 작은 약수터가 있고, 넓진 않지만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은 등산로가 나 있다. 올라오는 이들에게 물어보니 고골의 다른 입구로 연결된다고 한다. 이 길은 평탄하고 숲이 우거져 더운 여름날에도 휴식을 취하기 좋겠다. 주말에 고골길을 처음 오를 때는 숲이 선사하는 풍경에 빠져 몰랐는데, 오늘 보니 중간 쯤에서 멀리 남한산성이 보인다.
어제 밤부터 개표방송을 보면서 뜻밖의 이변에 내심 놀랐다. 뻔한 선거판에 일말의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이런 절묘한 민심이 반영될 줄은 누가 알았으랴. 하늘을 찌르는 숲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저 멀리 가려 있던 산성이 작게라도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조금 가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이 있어 가 보니 북문에서 200미터 떨어진 산성 외벽이다. 무더웠지만 맑고 높은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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